27년 만에 옆 지기와 함께 한 나의 네 번째 지리산 종주 2일차(연하천대피소~장터목대피소)

2017. 7. 5.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지리산 종주 1일 차(성삼재~연하천)에서 이어집니다.


지리산 종주 2일째 아침.

연하천 대피소에서는 일출을 볼 수가 없다.

팔순 어르신들은 지리산 일출을 본다고 새벽에 길을 나섰지만 우리는 늦잠까지 자면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늦잠이라고 해봤자 8시에 대피소를 나가야 하니 7시 기상이면 산 중에서는 늦잠인 셈이다.





집사람은 새벽부터 일어나 이집 저집 마실 나갔다 우리는 왜 아침 준비 안 하냐고 문자 오고...ㅋㅋ

일단 짐부터 모두 챙겨 나와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은 원래 뜨거운 물을 넣는 전투식량이었지만, 코펠에 모두 투하해 죽을 만들어 먹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낫더라는... 





(08:00)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무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봤자, 오리 훈제 1끼니, 전투식량 2끼니인데도...

대신 친구 배낭 부피를 줄이고자 코펠을 내 배낭에 쑤셔 넣었다.


연하천을 떠나는 지리산 첫날의 동기들...

서산 처자에게 블로그 주소를 알려줬더니 산행 중 댓글이 달렸다.

아마 한참 후에나 발행될 것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매일 들른다고...

서산 처자는 우리 쓰레기까지 몽땅 받아 출발했다. 자기는 내려가면서 버리면 된다는데.

필자가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쓰레기 무게도 만만치 않아 이리 뒤뚱, 저리 뒤뚱거렸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다.





집사람은 여전히 성성하다.

난 출발한 지 5분도 채 안 돼 어깨가 아프다.

하지만 시원한 숲길이라 땀은 나지 않아 그것만큼은 다행이었다.

허벅지가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허벅지는 나가고 숨만 고르지 않을 뿐이다.





계속 우측으로만 조망이 터진다.

멀리 지리산과 어깨를 맞추려는 산은 광양 백운산일 듯.





(08:12)

연하천 대피소에서 삼각고지 지킴이 터까지 0.7km.

벽소령 대피소까지는 2.9km.







연하천에서 1박을 같이 한 서산 처자는 이곳에서 음정으로 하산

이정표를 보니 음정까지 7.5km로 만만치 않은 길이지만, 내리막이 완만하다고 해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가 삼각봉일까?




(08:27)

27분 만에 연하천 대피소에서 1.2km 지점을 통과한다.

출발은 일단 좋다.







가다가 경치가 조금 좋다고 여기는 곳에는 앞서가던 집사람이 여지없이 기다리고 서 있다.

그럼 난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망이 조금이라도 터진 곳에서는 친구에게 부탁해 사진을 남기고...





거대한 암봉에서 또 기다리는 각시.





(08:52)

연하천을 출발한 지 50여 분 만에 형제봉 근처 암봉에 도착

오늘은 현재까지 페이스는 좋다.







반야봉이 살짝 보이고....





진행 방향으로 형제봉과 벽소령대피소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09:00)

형제봉 도착.

연하천을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2.1km를 걸었다.

렌즈가 광각렌즈다 보니 형제봉이 한 화면에 잡힌다.





뒤에서 보면 크기가 비슷한 두 암봉이 서로 마주해 형제봉이라 부르는 듯.







뒤돌아보니 9시경 통과한 형제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반야봉이 살짝 보인다.





이제 이 산봉우리만 넘어가면 벽소령 대피소.




700m 남았다고 하지만, 천 길 만길이다.






(09:50)

벽소령 대피소 도착.

연하천을 출발한 지 1시간 50분 만에 3.6km를 걸어 도착했다.

시간당 1.9km 속도 면 보통 체력으론 적당한 속도다.

벽소령은 식수대까지 거리가 꽤 된다.

가급적 연하천에서 물을 받아 오되 이곳에서 물을 다시 공급받으려면 제일 체력이 좋은 한 사람만 다녀오면 좋다.





(10:13)

잠시 에너지바와 육포로 체력을 보충한 후 벽소령대피소를 출발.




 

기묘한 형태의 바위를 지나...





수만 년 세월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나간 암석들이 너덜겅이 된 지역도 통과하고...





꽃향기 물씬 풍기는 숲길에 접어든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1.1km를 지난 중간에 구상나무 식생 복원지도 지나고...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11:22)선비샘에 도착.

연하천을 8시에 출발했으니 3시간 22분 동안 6km를 걸었다.

가뭄이 한창이었지만, 선비샘 물은 줄기차게 솟아났다.

너무 달콤하고 시원했다. 지리산 오기 전 이틀 전인가 지리산에 비가 좀 왔다더니 선비샘도 마르지 않은 것이다.





세석대피소를 향해 가면서,

집사람은 여지없이 전망 좋은 곳에서 기다리고...

바닥만 보고 걷던 나는 얼른 카메라로 들이대고..ㅋㅋ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야 하고...




그렇게 벽소령에서 걸은 거리보다 세석까지 거리가 더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조금만 더 가면...





천왕봉 방향으로 조망이 확 터진 곳이 나오니...






이곳에서 각자 인생 사진 한 장씩 남기고 칠선봉을 향해 출발.





(12:47)

칠선봉 도착.

선비샘에서 칠선봉까지는 1.8km

1시간 8분 정도 걸렸으니 아직 페이스가 처지지는 않았다.




칠선봉이 1,576m

노고단이 1,507m. 난 노고단보다 약 70m 더 높은 곳에 서 있는 거야.




대성리 방향으로 쏟아져 내려가는 계곡을 보고 나니.





로프를 잡고 올라서야 하고...

미동도 않은 채 서방님을 기다리는 각시.

역시 포인트인가?ㅎㅎ




영신봉을 앞둔 전망 좋은 곳에 역시 기다리는 각시.

난 각시 덕에 바닥만 보고 걷다 각시를 만나면 카메라를 들이댄다.




엄청 긴 나무계단을 오르고...





잠시 쉬면서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최종 목적지인 천왕봉을 보고,

제석봉 아래 장터목 대피소도 보인다.

아이고...

언제 저기까지 가나.




문득 뒤돌아보다 깜짝 놀라고...ㅋㅋ






멀리 반야봉까지 한눈에 봐주는 센스.




이 계곡으로 내려서면 대성골.

산악회 여름산행지로 유명한 곳.




조금 더 올라오니 반야봉 너머 노고단까지 보이고...




이렇게 쉬고 있다면 퍼졌는가?

역시 촛대봉과 천왕봉 등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은 미리 선점해 놓고 기다리는 센스.




오늘 도착지인 장터목 대피소는 보이는데 점심을 먹을 세석 대피소는 어디냐고라.




마치 용암이 그대로 식어버린듯한 바위에서 역시 기다리는 센스.




영신봉이 나오면 세석 대피소는 이제 내리막이라는 것.





(14:13)

이제야 중간 기착지인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점심은 물을 끓여 먹는 전투식량으로...

그런데 이 식사 이후 속이 불편하고 계속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산행이 너무 힘들었다.

식사 후 바로 출발해서 일까? 밥은 충분히 익혀 먹었건만...




밥이 익는 사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쏘지만, 지리산은 시원하기만 하다.




(15:05)

세석 대피소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출발.

식사 뒤 바로 출발하다 보니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중간에 세석 대피소를 뒤돌아 보고...




(15:38)

세석 대피소를 출발한 지 33분 만에 촛대봉 도착.




각시를 먼저 보내고 촛대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천왕봉 방향




중산리 방향.




노고단 방향.




백무동 방향




세석 대피소를 35미리로 당겨보고...




역시 천왕봉을 35미리로 당겨본다.

렌즈를 16-35 광각렌즈 하나만 챙기다 보니 이럴 때가 가장 서운하다.

최소 24-105 를 크롭바디에 장착하면 천왕봉이 코앞에 있을 것인데...

이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2.7km.

마지막 힘을 쥐어 짜본다.







캬..좋고도 좋다.

연하봉이 바라보이는 명당자리에 각시가 쉬면서 기다린다.

여기서 쉬다가 서방님이 안 와서 한참이나 뒤로 백해서 나를 마중 나왔다.

지리산 10경이라고 하는 연하선경을 보니 없는 구름도 넘나드는 것 같다.



 

멀찌감치 앞서가다 뒤돌아보는 각시를 담기엔 역시 16-35는 한계다.

그래도 연하선경을 한 장면에 담으니 좋긴 좋다.




(17:21)

연하봉 도착

연하봉에서 장터목 대피소는 0.8km로 없던 힘도 솟아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연하봉을 내려서면서 뒤돌아 보니 빛내림이 보인다.




각시 대신 나를 마중 나온 산토끼.




(17:42)

장터목 대피소 도착.

친구가 먼저 동반인 이름을 대고 대피소 자리를 배정받았다.

연하천 대피소를 8시에 출발했으니 9시간 42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는 순전히 맨 후미인 나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친구는 나보다 무려 50분 먼저 도착해 있었다.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 보통체력의 성인은 약 9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겠다.






즐거워야 할 저녁식사 시간.

그런데 난 식욕이 없다.

아무래도 점심을 먹은 것이 탈이 났는지...



 


저녁식사는 햇반에 오리훈제, 소시지, 미역국이다.

잘 넘어가야 할 식사가 미역국에 밥 만 것만 훌쩍대고 만다.





자리에 누우니 맥이 풀린다.

속도 답답하고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이래가지고 내일 새벽에 일어나 천왕봉 일출이나 볼 수 있을는지...


각시가 장터목 대피소 직원에게 나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나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등 뒤를 때려보니 윗 등이 아프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누르니 엄청 아프다.

급체했다고 한다. 손을 땄더니 양 엄지손가락 위에서 검붉은 피가 솟는다.

대피소 직원이 상비약으로 내 준 환약을 먹으니 거wl짓말 처럼 기력이 회복된다.



대피소 직원은 혹시 오다가 풀이나 열매를 먹었는지 물어본다.

예전에 그런 분이 있었는데 독풀을 씹어 응급조치 후 헬기로 후송했는데 결국 머나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고...


전투식량밖에 먹지 않았다고 하니 전투식량 등 행동식은 음식을 급속냉각시켜 만들다 보니 잘 익거나 퍼지지 않아 사람에 따라 자칫 체할 수 있다고 한다.


한참 등을 두드려주고 안정을 시켜준다.

덕분에 기력을 회복했으며 편하게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3시에 기상해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었으며 중산리로 하산해 27년만의 지리산 종주를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이름모를 장터목 대피소 직원의 도움에 감사를 드린다.


내일은 천왕봉 일출을 보러 맨몸으로 천왕봉에 오른다. 과연 날씨가 도와줄지...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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