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옆 지기와 함께 한 나의 네 번째 지리산 종주 3일차(장터목 대피소~중산리)

2017. 7. 7.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지리산 종주 1일 차(성삼재~연하천)에서 이어집니다.

지리산 종주 2일 차(연하천~장터목)에서 이어집니다.


지리산에 들어온 지 3일째 새벽이다.

오늘 일출은 5시 20분.

천왕봉까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니 늦어도 4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덩달아 눈을 뜨니 새벽 3시.

간밤에 옷을 그대로 입고 잤기에 준비할 것도 없이 카메라와, 물 한 병, 스틱과 무릎 보호대만 챙겨 나왔다.

각시에게 나왔냐고 카톡을 보내니. 취사장에서 나온다.

나보다 훨씬 빨리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게다.


  


(03:25)

드디어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한다.

손전등이 고장 나 할 수 없이 스마트폰 손전등으로 앞길을 더듬는다.

뭐 훌륭하다. 단 손 하나로 앞을 비춘다는 것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이른 새벽 날씨도 쌀쌀하고 앞도 안 보이니 어떻게 천왕봉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꽤 힘든 구간이지만, 충전 100%라 힘이 들지 않은 듯.




(04:38)

천왕봉에 도착했다.

사회에서라면 이런 이른 시각에 일출 보러 생고생하면서 갈 일 있겠는가.

매일 똑같이 뜨는 해. 의미만 다르게 부여할 뿐이지만, 여기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의미를 부여해도 넘치고도 넘친다.

대한민국 남쪽 육지의 최고봉 아닌가.

여기서 육지 너머 바다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져본다.




천왕봉의 기온은 아마 12~13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 우의를 챙겨 입은 각시.

그래 훌륭하다.





싱가포르에서 온 처자가 기념사진을 남긴다.

그들을 찍는 나도 행복하다.







일출이 시작되기 전 천왕봉 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운무 가득 찬 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지금 빛이 바래간다.

처음 만나 결혼해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드리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남은 인생 살자고 다시 약속해 본다.






27년 전 풋풋했던 시절 & 27년 후 나만 늙었네.






오늘 천왕봉 일출은 보기는 하지만 기대했던 장면은 아니다.




한참을 치솟아 구름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3대가 덕을 싸야 비로소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하기사 천왕봉에 새벽에 서서 이 정도 일출을 보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전혀 보지 못하고 내려간 사람도 부지기수이거늘...

거기에 비하면 우린 행복한 게다.

분명 3대에 걸쳐 자그마한 덕은 쌓은 것이다.




역시 16-35 광각렌즈의 한계.

저 태양을 조금이나마 가깝게 볼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 천왕봉 일출 등산을 같이 한 사람들.

3분의 2는 여기서 중산리, 대원사로 내려가고 남은 사람은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간다.






이번 지리산 2박 3일 종주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인생 사진 한 장.





(05:40)

천왕봉을 내려서면서 본 일출.




부드러운 햇빛이 쏟아지는 지리산 주능선.

멀리 반야봉까지 조망이 되고...




(05:49)

통천문을 지나고..




(06:10)

제석봉을 지난다.




제석봉에서 천왕봉 위로 솟구치는 태양을 바라보고...





(06:27)

장터목 대피소로 회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 식사는 대피소에서 햇반을 구입해 미역국에 말아먹는다.

이제 하산이니 크게 체력적으로 부담될 일 없다.

원래 계획은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지만, 이 코스는 수차례 지나온 코스로 매력이 떨어져

장터목에서 거리가 짧은 중산리로 하산을 결정한다.




(07:43)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

기나긴 너덜을 지나...




몇 개의 다리를 건너고 건너.




잠시 쉬면서 제석봉을 바라본다.




얼마나 내리막 너덜이 심한지...

탈진해 쓰러지고...ㅎㅎ




(08:52)

장터목에서 1.6km를 내려오면 만나는 유암폭포.

수량이 넘쳐나면 얼마나 웅장한 폭포가 될까?




중산리로 떨어지는 끝없은 계곡의 돌들.




어마무시한 너덜지대를 지나...





산행 중 한번도 마주하지 않은 곰.




지리산 중산리계곡 시원한 물에 발을 씻고...




(10:16)

출발한지 2시간 33분 만에 칼바위에 도착했다.

장터목에서 칼바위까지는 2.9km. 오히려 내리막이 더 오래 걸렸다는...

선두인 친구는 이미 20여분 전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즉 보통 체력의 성인이라면 2시간 10분 정도면 장터목에서 칼바위까지 올 수 있다는 것.






누가 쳤는지 모르지만, 칼바위를 보고...




(10:54)

중산리 야영장에 도착했다.

3시간 10분이 걸려 4.2km를 하산한 것이다.

보통체력의 성인이라면 2시간 50분 정도면 중산리 야영장까지 도착할 것이며

탐방안내소까지도 3시간이면 내려올 수 있다.

여기서 버스정류장까지는 또 1.9km.

하지만 중산리 탐방안내소에 가면 택시가 있다고 하니...300m만 더 걸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아뿔싸.

긴 너덜 길을 내려와 아스팔트를 막 걸을 무렵 오른쪽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전달된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가? 하산 내내 힘주고 걸었던 무릎이 평탄한 길을 만나니 운동신경에 이상신호가 생긴 모양이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포인트로 적립하려다 그냥 관뒀다.

중산리에서 하동까지 택시로 이동하는데 50,000원이 들었으며, 하동 터미널에서 내려 제일 생각난 것은 바로 시원한 콩물국수.

이곳에서 500원을 더 주고 쓰레기를 버렸다.




그리고 하동에서 다시 구례까지 택시로 이동.

택시비는 35,000원.

그냥 중산리에서 구례 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하지 왜 하동서 내렸나고?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중산리에서 진주 터미널로 버스이동, 진주 터미널에서 하동 터미널로 버스이동, 하동 터미널에서 구례 터미널로 버스 이동이 계획이었지만, 귀가만큼은 비용이 들더라도 신속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3명이서 버스비를 생각해 보니 뭐 크게 더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산해서는 차를 댄 곳까지 또는 터미널이나 역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괜스레 종주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면 시간도 엄청 소요되고 피로도 그만큼 가중된다.


27년 만의 나의 지리산 네 번째 종주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6월 하순이었지만 지리산은 선선했으며 비도 오지 않았다.

지금도 중산리에 도착해 통증을 느꼈던 무릎이 좋지 않지만, 아프다 말다를 반복해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아무튼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산 한 것에 감사드리며 또다시 지리산 종주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최소 1년간은 절대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후는 나도 모른다..ㅎㅎ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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