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만풍(龍楸晩楓)의 명소 장안산 덕산계곡 윗용소 아랫용소와 논개를 찾아가다

2017. 9. 29.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매월 둘째주 일요일은 동창회 산악회 정기산행일이다.

한달에 한번 산행하지만 최근 무릎수술로 회복중이어 산행대신 가볍게 거닐 수 있는 산책코스를 고르다보니 생각난게 장안산 덕산계곡이다.


전북 장수 장안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산줄기인 백두대간 중 금남호남정맥의 종산으로 한국의 8대 종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치악산, 장안산) 중 하나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기도 한 장안산은 전라도 지방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남덕유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으로 정상에 서면 북으로 덕유산에서 남으로는 지리산까지 백두대간 호남구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래서 사계절 내내 많은 산악회가 즐겨 찾는 곳으로, 특히 덕산계곡은 울창한 원시림과 깊은 골짜기 사이로 기암괴석과 폭포가 있는 용추만풍(龍楸晩楓)의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영화 남부군에서 이현상의 빨치산 부대원 500명이 집단으로 목욕하는 장면을 찍은 아랫용소와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이 바둑을 두었던 윗용소 등 두 용소가 유명하며 방화동자연휴양림과 덕산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장안산 덕산계곡 생태탐방로는 관리사무소에서  방화폭포까지 편도 약 3km에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짧은 코스로 탐방로는 계곡과 함께 계속 이어지고 아기자기한 징검다리도 건너며 오르내림 없이 평탄하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아주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다녀 온 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로드라고 극찬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지도에서 보듯 군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방화폭포까지만 다녀오면 된다.

거리는 편도 3.8KM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짧은 듯하다.




초입엔 계곡에 평상까지 갖춘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철엔 아마 장수 군민들 모두가 덕산계곡으로 몰릴듯.




장안산에서 가장 큰 계곡인 덕산계곡은 호남정맥 최고봉 장안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을 담고 있는 용림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온다.





해발 622m 고지에에 위치한 관계로 주변에 오염원이 전혀 없어 전북 도내 저수지 중 가장 맑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덕산계곡은 용림저수지에서 물을 방류하지 않으면 마른 계곡이 되고 마는데, 용림저수지의 담수량이 무려 1,000만톤에 이르러 가뭄에도 마를 걱정이 없는 계곡이다.





덕산계곡에서 처음 만나는 명소는 윗용소다.

관리사무소에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윗용소는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일화가 있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 암반을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자그마한 나이아가라 폭포 같다.

바닥이 균일해 바위에 섬섬옥수 부서지는 하얀 포말과 소리는 감미롭기만 한다.




윗용소 암반에는 가로 세로 19줄의 바둑판이 그려져 있다.

용림저수지가 없을 때에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용림천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바둑을 두는 옛 선비들의 풍류가 그려진다.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장수 출신 황희 정승이 덕산계곡 윗용소에서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께 기도해 재상에 올랐다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황희는 이후 정승이 되었다가 조선 태종 때 양녕대군의 폐세자에 반대하다 고향인 장수로 귀야와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곳 용소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바둑을 두었다는 설화도 전해온다.





웬만해선 인증사진 안 남기는데, 경치가 만류한다.






당시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은 이렇게 명당자리에 꼭 이름을 남겼다는 것.




윗용소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덕산계곡 최고의 비경 아랫용소가 나온다.





아랫용소는 암반 사이로 뚫린 홈통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무섭게 쏟아지는데,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소를 만들어 혹시 용이 튀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공포심으로 머리털까지 솟구친다.






용소 암벽에 옛사람이 쓴 글씨가 보이는데요, 어떻게 저기를 건너 갔을까?





대개의 용소가 그러하듯 덕산계곡 아랫용소에도 전설이 있다.

아빠 용, 엄마 용, 아들 용이 덕산계곡에서 살았는데 아빠 용은 윗용소에 머물다가 승천했지만 아랫용소에 살고 있던 엄마와 아들 용은 사람들이 아랫용소 암벽에 글씨를 새기려고 나무를 베어 소를 메우는 바람에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용이 해마다 사람 한 명씩 해코지를 했는데 이를 달래려고 마을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아랫용소에서 제를 지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바위에 자신의 이름을 파고자 물을 건넜지만 현대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에 흔적을 남기니...

세상사 훗날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아랫용소는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바로 한국전쟁 빨치산 얘기를 다룬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였는데, 한국전쟁 때 순창 회문산에서 철수한 조선노동당 전북도당 인민유격대와 덕유산에서 철수한 이현상의 남부군이 합류했을 때 이들 빨치산 500명이 무려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덕산계곡 아랫용소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빨치산 하면 수십만 명이 사망한 지리산이 떠오르겠지만 전북 운장산, 내장산, 회문산, 장안산 일대에도 약 1,500~2,500명의 빨치산 부대가 있었다고 하니 이데올로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덕산계곡은 계곡을 몇차례 건너는데, 그때마다 아기자기한 징검다리가 정감어린 시골 도랑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들 징검다리만 만나면 파안대소하며 사진찍기 바쁜데, 두세명이 서도 끄덕없을 정도다.




탐방로는 계곡과 함께 쭉 이어지는데, 물소리가 얼마나 큰지 옆 사람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다.





징검다리가 보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무조건 스톱이다.

멋진 인생 사진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세번 째 징검다리를 건넌다.

네모 반듯한 징검다리가 어색해 보인다.




숲길 탐방로는 네번째 징검다리까지다.

징검다리 건너편부터는 방화동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임도로 방화폭포가 있는 곳이다.






10여분 임도를 따라가면 110m에 이르는 거대한 수직 절벽이 나온다.

전망데크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폭포는 구경할 수 없다.

방화폭포가 인공폭포이기 때문인데,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물을 끌어올려 물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도착할 무렵 폭포가 끝났고 다시 폭포를 구경하려면 4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다.

하지만 운 좋은 분들은 1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방화폭포는 물보라와 굉음을 들을 수 있으니 이왕이면 시간 맞춰 가면 되겠다.

 





방화폭포에서 유턴해 되돌아 오는 길.

냇가에서 도시락을 펼친다.

졸졸거리는 시냇물소리가 식욕을 돋군다.




▶출발지 네비게이션 주소 : 장안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덕산로 834)

▶장안산 군립공원관리사무소→윗용소 →아랫용소 →방화폭포 3.1㎞로 편도 1시간 소요 (왕복 6.2km 2시간 30분 소요)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장수 논개사당이다.


학창시절 줄줄 외웠던 변영로 시인의 詩 논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오늘 동창회 산악회 9월 정기산행에 참가한 친구들은 복 받은겨.

적당한 거리의 산행으로 건강도 챙기고 잊고 살았던 논개의 역사도 공부할 수 있으니..




논개의 성은 신안(新安) 주씨로 신안은 전라도 신안이 아니라 중국이다.

출생연도는 모르지만 사망연도는 임진왜란이 한창인 1593년 7월 29일 진주성이 함란된 날 남강의 축하연에 기생들 틈에 끼어들어 왜장 게야무로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 순국했다.




왜장이 죽자 왜군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장수를 전투에서 잃은 것도 아니고 축하연에서 일개 기생에게 죽었으니 오죽하겠나.

7일간의 진주성 전투로 내상도 크게 당한 터라 병력손실도 커 왜군은 전라도로 진격하지 못하고

거점이 있는 부산으로 퇴각했다.

논개의 희생이 결국 그녀의 고장 전라도를 지킨 것이다.




우리가 역사책에서만 읽던 논개.

진주 촉석루도 몇번 갔지만 논개 사당은 옛날 장수에서 잠깐 일 볼때 먼 발치에서 본 다음 오늘이 처음이다.

그녀의 숭고한 넑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준다.



논개 기념관





논개 기념관에서는 논개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다.




장수 주촌마을에는 논개 생가와 논개 사당이 있다.

그런데 논개묘는 경남 함양 서상에 있다. 생가와 묘는 거리로 약 18KM 떨어졌다고 하는데,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육십령이 그 사이에 있다.

아마도 그녀의 시신을 진주에서 수습해 장수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기간이 오래 소요돼 부패했고

당시 육십령은 도적때가 창궐해 장정 60명이 되어야 넘었다고 하니 그냥 타향인 함양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미있었던 동창회 산악회의 9월 정기산행.

장안산 덕산계곡과 논개사당으로 이어진 힐링코스였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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