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타이거즈 V11. 양현종 슈퍼세이브 한국시리즈 MVP로 우뚝서다.

2017. 10. 31. 06:30야구 이야기/프로야구




드라마를 이렇게 쓰고싶어도 쓸 수가 없다.

누가 승리할 지 작가도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6회까지 7 대 0. 4차전까지 보여준 기아의 막강 불펜을 생각한다면 기아 팬들은 신나게 응원하면서 미리 축배를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거기에 우승축하 보너스로 3회 이범호의 만루홈런까지 터졌으니 아마 두산 팬들도 거의 모두 기아 우승을 6회 즈음에 생각했을 것이다.


드라마가 대박나려면 식상하지만 불륜을 다룬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 등을 소재로 써야한다.

아니면 막장도 아주 막장드라마를 쓰던가.

오늘 한국시리즈 5차전이 하마트면 각본없는 드라마를 쓸 뻔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대박드라마를 놓쳤고 기아로서는 애떨어질 뻔한 막장 드라마가 될뻔했으니... 


광주로 가고자 하는 두산의 소망은 1점 뒤진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1 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잡고도 끝내기는커녕 동점도 만들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두산이 1승을 먼저 거두고 가진 2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최초의 1 대 0 완봉승을 기록한 양현종의 슈퍼세이브 덕이었다.

벼랑 끝에 선 두산과 달리 기아는 사실 여유 있는 5차전이었다. 져도 하루 쉬고 광주 홈에서 양현종을 등판시켜 홈팬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극적 드라마를 대부분의 광주 팬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무조건 5차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왜냐면 5차전을 내주면 두산이 상승세를 탈 것이며 광주 2연전의 결과는 아무리 양현종, 팻딘이 등판한다고 해도 기아에 강했던 두산 장원준, 류희관 등에 밀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비록 승리했지만 투수교체 타이밍 실패로 하마트면 광주까지 내려올 뻔 했다.
겨우겨우 무실점으로 막아내던 헥터가 7회 갑자기 무너지고 한번 타오르는 두산의 불길을 잡기위해 심동섭, 김세현까지 올렸지만 무려 6실점하고 1점 차까지 쫓겼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차전에서 4회 갑자기 난조에 빠진 헥터를 기억한다면 6회를 끝낸 시점에서 교체하던가 아니면 7회 첫 타자 결과를 보고 교체카드를 꺼냈다면 드라마는 써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 김세현을 7회에 올리면서 9회 말 양현종의 등판은 예견되었는데, 이것은 도박으로 만약 양현종이 터프 세이브를 올리지 못했다면 광주에서 갖는 6차전은 굉장히 부담되었을 것이다.
팻딘을 하루 먼저 등판시켜야 했고 임기영도 마찬가지며 7차전은 양현종까지 다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불쏘시개를 들고 화약고에 뛰어든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실패했다면 시리즈 전체를 말아먹을 고위험 도박으로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동안 4차전까지 치르면서 김기태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은 시즌 중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 템포의 빠른 투수 교체로 두산으로 흐를 분위기를 미리 차단했으며, 철벽 불펜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1점을 내기 위해 할 것은 다했다.
하지만 오늘은 4차전까지 이어온 신들린 박수무당의 촉이 다 떨어져 버렸다.

헥터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사실 구위는 그다지 좋지 않았으며 투구수도 96개에 이르러 7회 초엔 다른 투수가 나올  타이밍이었다.
그동안 보여준 기아 불펜의 힘이라면 3이닝 동안 7실점은 상상하기 어려운 점수.
양의지 류지혁 등을 상대로 임창용, 그리고 오재원 등 좌투수 상대로 심동섭이 이어던지고 8회 김윤동과 김세현, 그리고 넉넉한 점수 차에서 양현종으로 마무리가 대부분 팬들의 생각이었건만, 헥터를 7회에도 올려 우려를 샀다.

하지만 헥터의 첫 타자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다면 스릴 넘치는 상황은 없었겠지만, 오늘은 두세탬포 늦게 투수 교체를 가져가는 바람에 7회 말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극적인 드라마를 쓰려고 그랬을까?
심장 쫄깃거리고 뒷덜미가 뜨근거린 9회 말 양현종의 슈퍼세이브.
아무튼 기아는 김기태 감독이 원한 극적 드라마를 잠실에서 썼고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간 안 터지던 이범호가 만루홈런으로 미쳤으며 컨디션이 안 좋으면서도 헥터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게 컸다.
거기에 1점을 지키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의 한국시리즈 MVP는 당연한 것.

김기태 감독의 드라마 마무리는 이렇게 팀 우승의 최대 공신인 양현종을  마지막에 등판시켜 예우해주고 버나디나에 뒤졌던 MVP후보로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함이었다.

모든 선수가 다 영웅이었고 우승 주역이었다.
안치홍과 충돌하면서도 공을 놓치지 않은 버나디나의 집중력, 아군에 코피 터지고 적군에 뒤통수를 얻어맞고도 자리를 지킨 안치홍, 7회 말 극적인 호수비로 동점을 허용하지 않은 김선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포수 김민식, 항상 포문을 열어준 이명기, 5차전 히어로 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 조용했지만 팀 우승에 큰 기여를 한 주장 김주찬, 100억 몸값에 못 미치지만 서 있는 것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준 최형우, 3차전 히어로 나지완, 후반기 에이스로 3차전 히어로 팻딘, 폐렴을 딛고 일어선 4차전 영웅 임기영, 그리고 무엇보다 더 기쁜 것은 올 시즌 내내 불펜 방화범이란 오명을 들었던 김윤동, 심동섭, 임창용 등 불펜 투수들의 환골탈태와 마무리 김세현의 철벽 방어. 이 모든 것이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과 조계현 수석코치의 보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우승이었다.

이제 V11을 이루었으니 올 시즌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내년부터 최소 3연패는 더 가자.
해태로 9번, 기아로 2번 우승했으니 균형을 맞추려면 7번 더 우승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광주로 돌아오는 날 금남로에서 카퍼레이드는 해야 하지 않는가?

사랑한다 타이거즈. 사랑해요 광주.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사진 : osen)

트위터 http://twitter.com/huhasim

페이스북http://facebook.com/inseob.shim.7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impro61


아래 (주)해찬이엔씨는 simpro가 경영하는 회사인데요, 클릭하면 순간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