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지존 정읍내장산 단풍. 인간이 사는 곳은 아니라네.

2017. 11. 9. 06:00전라북도 견문록/정읍 견문록


지난 일요일 포토뉴스코리아 출사로 다녀온 정읍 내장산.

작가님들은 고창 선운산과 정읍 내장산을 두고 많은 번민이 있었다는데, 고창 선운산 단풍이 더 좋다고 해 모두 선운산으로 떠나고 나와 중전만 내장사로 가게 되었다.

같이 모여 출발했다면 당연히 나도 선운산으로 따라 갔겠지만, 집이 담양 근처다 보니 시내의 모임장소로 나가지 않고 원래 예정지였던 정읍 내장사로 바로 간 것이 헤어지게 된 이유였다.


고창 선운산이나 정읍 내장산은 서로 남도의 단풍지존 다툼을 벌이는 단풍명소로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고창 선운산은 그동안 밥먹듯이 다녔고 정읍 내장산은 안 가본지가 20년도 넘은 것 같아 언제 왔는지 기억도 가물거릴 정도였다.

겨우겨우 옛 기억을 찾았지만 산모퉁이 길은 빛바래고 갈라진 사진처럼 듬성듬성 끊기고 이어지곤 했다.  







내장산 입구에 있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내장저수지.

이른 아침 광주를 출발하다보니 이런 때 아닌 호강을 누린다.

마치 먹물 잔뜩 머금은 붓으로 휙휙 그려놓은 것 처럼 아스라하다.








저 길을 보고 언젠가 왔던 기억이 솟아났다.

순창 복흥에서 내장산을 넘어 정읍으로 넘어오는 길인데 저기 위의 사람들처럼 나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봤던 기억이다.




정읍단풍생태공원에 차를 대놓고 무료셔틀버스로 내장 터미널까지 들어갔다.

주말이나 휴일엔 몰려드는 인파로 아예 바리게이트를 쳐 놓고 진입을 못하게 한 다음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보는 이 길은 그야말로 오고가도 못할 정도로 차량이 꽉 막혔을 것이다.

공회전 하는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단풍은 몸살을 쳐 댈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저마다 코를 막고 다녔을 게다.




들어갈 때는 내장터미널에서 내장사까지 유료(1,000원)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햇빛이 들어오기 전에 잠시라도 빨리 내장산 단풍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좋은 사진들을 많이 건졌다.

단풍은 아침 은은한 햇빛에 투영된 빨간 나신을 보는 것이 최고기 때문이다.


 


일주문을 지나 절까지 이어지는 또다른 단풍터널.

아직은 절정에 이르지 못해 풋기가 돈다.




그래도 활활 타오르는 녀석도 있다.





내장산에도 케이블카가 있다.

왕복 8천원이면 5분이면 오를 수 있고 전망대까지는 300미터다.

내장산 단풍의 진면목을 보려면 올라야 하지만, 대기 시간만 1시간이 넘는다고 하니...




우화정.

내장산 단풍하면 단풍보다 이곳을 찍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그다지 아름다운 풍경은 아닌 것 같은데 저마다 내장산 단풍 최고 포인트라고 사진가들 앞을 내주지 않는다.




이런 류의 단풍사진은 사실 찍은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내장산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우화정 앞이 북적대나 보다.




내장사 대웅보전.

새로 불사를 일으켜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옛 건물은 몇년 전 촛불에 깡그리 불타버렸다.








이정도 담으면 내장사인줄 알까?





사시나무 떨 듯 아침 추위에 떨었던 중전.

준비해 간 보온통에 담은 뜨거운 보이차를 마시고 다시 생기가 돈다.



 

너무나 부드러운 햇살.

마침 물 머금은 풀밭에서 이슬이 아지랑이가 돼 하늘로 쳐 오르고

몽환의 아침을 맞는다.




중전은 오늘 날고 싶은가 보다.








내장산 단풍 나들이 후 광산구 임곡에서 처가네 식구랑 모이기로 했다.

감따기 체험이라고...

그리고 풀밭에 자리 깔고 삼겹살 구어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적당하다.





나무그림자보다 줄줄이 이어지는 사람 그림자가 더 길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아침 산책이다.




내장산 단풍은 무려40가지 색깔을 보여준다고...

그래서 아름다움을 넘어 현란한다.





이번주 주말쯤 절정에 이를 내장산




둘이 뭐 하자고?ㅋㅋ

발 사이즈를 재보자는 건가?

아니지 닮은 것이 하나도 없다. 색상부터 모냥까지...





물기 잔뜩 머금은 단풍잎.

거기서 떨어지는 이슬방울들

마치 비오는 것 같은 착각이다.






다시 우화정으로...

나도 남들처럼 같은 장소에서 찍어본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요렇게도 찍어보고...




나올 때는 단풍터널을 걸어본다.













정말 오랜만에 눈이 호강한다.

언젠가 고창 문수사 단풍보러 한달에 세 번이나 간 뒤 처음 걷는 단풍길이다.










남도는 이제서야 단풍의 절정이 시작되었다.


문여하사서벽산
소이부답심자한
도화유수묘연거
별유천지비인간

무슨 까닭에 푸른 산에 사느냐 묻는다면
말없이 웃겠지만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기만 하네.
복숭아꽃 물 따라 멀리 흘러가는 곳
다른 세상이로되 인간 사는 곳은 아니네


당나라 시인 이백이 <산중문답>에서 속세와는 전혀 다른 이상적인 공간을 <별유천지비인간>이라고 표현했다.

내장사 단풍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내장산 단풍은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 단풍의 절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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