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발우를 닮은 호남정맥 순천 조계산

2018. 4. 12. 06:0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호남정맥이 지나는 순천 조계산.

887m에 이르는 산이지만 스님들의 식기인 발우를 엎어놓은 것 처럼 부드러운 산이다.

곳곳에 계곡도 잘 발달돼 겨우내 잔뜩 머금은 물줄기를 계곡으로 시원스럽게 배출해 낸다.

조계산이 수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은 전국 3대 사찰로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천년 고찰인 선암사를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전북 주화산에서 시작해 광양 백운산까지 흐르는 호남정맥길을 걷는 사람은 반드시 거쳐가는 산이다.





오늘 조계산 산행은 동창회 산악회의 3월 정기산행으로 다녀온 지 꽤 되었지만 하는 일이 바빠 이제서야 정리하게 되었다.

코스는 호남정맥이 지나는 접치에서 시작해 최고봉인 장군봉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




앱으로 측정한 결과 도상거리 12.12kw에 6시간 45분이 소요되었으며 점심 등 휴식 시간은 1시간 13분이다.

산행 난이도는 중으로 시작점이 약 200여 m 지점에 위치했기에 접치까지 약 3.1km 정도만 오르면 쉽게 갈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광주에서 순천가는 22번 국도가 바로 접치를 지난다.

긴 걸음을 이어온 호남정맥도 접치에서 잠시 끊겨버렸다.

생태계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이동로가 필요해 보인다.





출발전 단체사진은 필수^^




접치재에서 접치까지는 3.1km

완만한 오르막에 중간중간 긴 능선도 나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가파르지는 않다.

쉬어쉬엄 걷다보면 언제 도착했는지 모르게 접치에 도착한다.






산행일은 무척 더웠다.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침엔 두툼하게 옷을 껴 입고 나왔지만 몇 걸음 옮기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두터운 상의를 탈의한다.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옥과 설산의 비단같은 갈비(枯松葉)길이 생각난다.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숲에 깔린 푹신한 고엽송(枯松葉)인 갈비를 밟을 때 마다 푹신거리는 감각이 뇌까지 전달된다.

산행의 재미는 바로 이런 길을 걷는 것이다.





호남정맥답게 곳곳에 산악회 시그널이 걸려있지만, 우리 산악회는 시그널을 준비하지 못했다.

왔다갔다는 징표를 하나 붙여야 할 것인데...





접치방향은 북사면이라 오래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다.

아이젠을 차지 않아 밧줄 덕을 좀 봤다.





접치까지 3.1km를 오르는데 1시간 50여분 걸렸다.

체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후미에 처진 친구들을 데려간 시간이니 보통 체력이라면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것이다.

이곳에서 선암사와 송광사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산 속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장군봉을 향해 걷는다.





조망없는 길을 걷다 만난 조계산 풍경.

우측으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연산봉으로 900m 가까운 산이지만 어느 한 구석 성깔있는 봉우리는 없다.

모두가 두리뭉실하고 펑퍼짐한 것이 송광사와 선암사를 거느렸기 때문일까?





접치에서 최고봉인 장군봉까지는 800m로 역시 큰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장군봉에서는 선암사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조계산 등산로는 선암사와 송광사 방향에서 정상쪽으로 수많은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데, 비라도 내리거나 눈이 녹으면 산 전체가 질퍽한 흙탕길이 된다. 이곳으로 오늘까지 두번 올랐는데 그때마다 진흙길을 걸었다.






조계산은 등산로 정비를 꽤 잘되어 있다.

긴 내리막엔 계단을 설치하고 걷기 불편한 곳은 야자매트를 깔아 편의성을 높였다.





작은굴목재.

우측으로 내려가면 오늘 점심을 해결할 보리밥집이 나온다.

계속해서 큰굴목재방향으로 가도 보리밥집은 갈 수 있다.





큰굴목재에서도 송광사와 선암사로 길이 나뉜다.

큰굴목재는 천년불심길이라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길이다.

천년세월동안 불자들이 두 사찰의 부처를 찾아 걸었다는 길로 시공간을 넘는 불심의 길이다.




보리밥집에 도착.

어디서 출발하든 중간 정도에 위치했기에 조계산을 찾는 등산인들은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이곳에서 보리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한군데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집이 있길래 골라가는 재미도 있다.

어떤 집은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데, 조계산을 찾은 등산객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엔 인근에 현대식 화장실도 지어 편의성도 높였다.

혹시 부상으로 더 이상 걷기 힘들다면 여기서 택시타는 곳까지 보리밥집 차량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 일행도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 몇명이 그렇게 송광사로 이동했다.





잘 차려진 보리밥상.

밥상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송광사까지 잘 닦인 등산로를 걷는다.

송광사 주차장까지는 약 4.2km로, 전체거리가 12.12km였기에 3분의 1만 걸으면 된다.





배도사 대피소.

1969년경 광주일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조계산에 왔다가 폭설에 길을 잃어

여러명이 사망하는 조난사고가 있은 뒤 1983년경 지었다고 한다.

성이 배씨라고 알려진 긴머리수염의 남성이 1984년 이 대피소에 들어와 기행을 하면서

구전으로 배도사 대피소라 불리웠다는데, 그의 기행을 조계산보리밥집의 최석두씨 부부가 증언한

배도사 대피소에 대한 일화가 적혀있다.





숯가마터를 지나는데, 약 60여년 전 마지막 숯불이 꺼졌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말도 안 되는 행위였다.





송광사로 넘어가는 마지막 고개인 송광굴목재.





송광굴목재에서 송광사까지는 긴 내리막으로 된비알 돌길이 이어진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1km정도만 내려가면 되니 걱정을 덜어놓는다.




갈수기지만 몇일 전 내린 눈이 녹아 계곡을 가득 채웠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에 홍골이라는 조계산 피아골이 있다.

지리산 피아골처럼 6.25를 전후한 빨치산들의 은신처로 군토벌대의 작전이 마지막까지 이어진 곳이라고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조계산피아골에서는 당시 유골들과 그들이 사용했던 탄창과 철모, 식기 등이 많이 발견되었다는데, 

꽤 깊은 계곡으로 비룡폭포도 있어 보려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마침내 오늘 산행의 종착역인 송광사에 도착했다.

반영이 아름다운 임경당은 거울처럼 맑은 물에 비치는 모습이 전혀 절같지 않은 분위기다.

저 누각에 앉아 풍류를 읊었을지도 모를 어느 한량이 있었을것 같은 분위기인데,

조계산에서 발원된 물은 불일계곡을 따라 송광사 경내로 들어가는 능허교를 지나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담고 속세로 흘러들어간다.  

구비져 흐른 물은 송광천을 만들고 주암댐으로 흘러들어 이세상 모든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물이 되고 낱알을 만들어 낸다.

산행 중 만나는 천년고찰은 기왕이면 꼭 들러보고 나오면 좋을 것이다.

특히 송광사는 법정스님이 계시던 곳으로,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글을 맺어본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배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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