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동석산. 작다고 얕보면 큰일 날 산.

2018. 5. 25. 06:00전라남도 견문록/진도 견문록


동창회 산악회의 5월 정기산행은 진도 동석산.

멀리서 보면 그냥 작고 동그란 암봉이지만,

걷다보면 설악산도 만나고 대둔산도 만나며 월출산, 북한산도 만난다.

암산을 좋아하는 전국의 산꾼들에게 경외의 대상인 진도 동석산. 

정말 작다고 얕보다 큰 코 다쳤다는 사람들이 쏟아진 날이었다.





사실 밑에서 보면 정말 앙끗도 아닌 산이다.

동네 뒷산 정도 되는 218m 높이로 마음만 먹으면 한걸음에 내달릴 수 있을 정도다.





오늘 동석산 산행은 하심동 종성교회에서 시작해 동석산, 삼각점, 석적막산, 작은애기봉, 세방낙조휴게소로 도착하는

도상거리 5km에 점심시간, 휴게시간 포함해 4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통계에서 보듯 휴식시간이 2시간 48분이며 이동시간이 1시간 54분인지라 체력이 되는 사람들은

빈 몸에 물 한병들고 2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초입은 이렇게 편안한 오솔길로 전날부터 아침까지 내린 비로 물기를 살짝 머금고 있어 긴장되었다.

만약 비가 계속 내렸더라면 동석산 산행을 포기하고 둘레길을 걷는다는 산악대장의 엄포에 먼 소리랑가?

비가 와도 GO를 외쳤지만, 막상 산에 오르니 비가 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산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A코스는 절대 안 간다는 친구를 꼬드긴 죄로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고 손을 이끈 의리파 친구.

필자 역시 같이 간다는 동행 정신으로 부실한 체력을 숨겨야 했다.




동석산을 우리 일행만 온 줄 알았더니 같이 온 차량이 3대, 산에 오르다 보니 몇대의 차량에서 무더기로 쏟아낸다.

우리 친구들 36명 중 12명만 동석산에 오르고 나머지는 죄다 둘레길을 걸으러 갔으니 우리 산악회 이름을 앞으로는

00둘레길 회로 개명해야 되지 않겠는가?




기럭지가 좀 길다면 오르기 쉽겠지만, 짧은 관계로 여러 곳에서 암벽과 씨름해야 했다.




사실 필자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아파트도 15층 이상에서는 못 산다. 15층도 높긴 하지만, 요즘 나오는 아파트들은 40층은 기본이니깐.

밑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돋아 이런 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 되돌아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나이 칼을 한번 뽑았으면 나뭇잎이라도 베어야지...

훨씬 앞서간 친구들을 따라잡기위해 무작정 진군이다.





아주 오래전 어느 산악회 동석산 산행 포스팅을 보니 여기서 난간이 없어 울고불고 난리났다라는 글을 본적있다.

정말이지 바람이라도 심하게 부는 날이면 오금이 저려 결코 지나가기 쉽지 않은 구간이다.




난간 등 안전사다리 상태가 비교적 깨끗해 설치한 지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덕분에 힘들지 않게 산행을 했지만 설치해 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감사히 건너야 할 것이다.




광주서 출발할 때 진도의 기상상태가 박무가 끼었다고 해서 조망산행의 묘미가 반감될 줄 알았더니,

딱 비도 그치고 날도 맑게 개 최상의 조건에서 섬산행을 즐겼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잠깐 길을 벗어나 저런 곳도 오르고 싶건만,

앞서간 친구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쫓아갔다.




살떨리는 구간. 엉금엉금 걸어 겨우 오른다.

여기에 눈만 쌓였다면 에베레스트 사진으로 착각할 정도.




정말이지 이런 구간이 도대체 몇개나 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치 암벽등반 훈련코스처럼 수십곳에서 만나야 한다.




위험한 구간은 우회로가 있지만, 우회로 역시 만만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필자는 카메라 두대에 렌즈를 3개나 가방에 넣고 다녀 나무에 걸리적 거리고 어깨눌림도 장난이 아니다.

400여 컷을 찍기 위해 가방에서 카메라를 400번을 뺏다 넣다 반복했고 가다 멈추기를 400회.

언제나 이 짓을 그만둬야 하는지. 온전히 산행만 즐기고 싶다. 나도...




초입말고 처음 만나는 숲길이다.

얼마나 반가운지...나뭇가지를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들머리에서 동석산 정상까지는 달랑 1.1km지만 1시간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정상 인증샷을 남기고 후미에 쳐진 친구를 기다리려다 의리의 남자를 믿고 선두로 나선 친구들을 쫓아갔지만,

서운하게도 정상석 바로 뒤에서 모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죽자살자 아둥바둥 달려야 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진행방향.

멀리 보이는 암봉이 삼각점이고 그 뒤 높은 봉우리가 석적막산이다.




정상을 넘어서면 또다른 암봉이 쭉 늘어서 있어 저기를 어떻게 건너가나? 했지만 산기슭으로 난 우회로가 쭉 이어진다.






어떻게 어떻게 겨우 올라 친구들을 만났다.

앞에서도 아니고 뒤에서.ㅋㅋ

이 친구들이 앞서나간게 아니라 동석산 정상에서 지쳐 숲에서 쉬고 있었다는...

난 그것도 모르고 죽자살자 내달리다 숨이 턱에 차 쉬다가 만난 것이다.



 

그래 장하다. 친구들아~~

땀을 한바가지 흘렸어도 표정들은 모두 행복하다.




이런 날 A코스를 탄 친구들을 영원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훗날 우리가 60이 넘고 70이 다 되어 갈 때 이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이 미소지을 날이 올 것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인증샷 담고 다시 전진이다.




더 좋은 전망을 찾기 위해서라면 이런 고행은 앙끗도 아니다.






섬산행의 재미에 푹빠진 친구들이다.

힘들어도 이런 맛에 섬산행 하는 것 아닌가?




뒤돌아보니 앞서 우리가 쉰 곳에 후미 친구가 걸터 앉아 있다.

사진은 멀리 보여도 실상 손을 뻗으면 잡히는 곳에 있다.

대단한 친구. 들머리부터 체력적 한계에 봉착해 더이상 진군이 힘들정도였지만

의리파 친구의 내민 손을 꼭 붙잡고 끝까지 완주했다. 여기서 감동의 물개박수!!




여길 올라와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지만, 역시 동행이란 멋진 이름을 기억하고 출발이다.




1시를 훌쩍 넘겨 맞은 점심시간.

도시락을 싼 친구도 있지만 아침 식사로 나눠준 꼬마김밥을 점심 때 먹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왔기 때문이다.

사실 산행 중 도시락이 우리 산악회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도시락 싸라면 참석율이 저조하고, 안 싸고 현지에서 먹는다면 참석율이 폭발적이다...ㅋㅋ




이런 숲길이 계속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앞섰지만, 실제로 계속 이어진다..ㅎㅎ

방전된 체력이 다시 급속 충전되는 구간이다.




드디어 만난 헬기장. 여기까지 오면 절반 이상은 온 것이다.

잡풀이 우거져 헬기장 역할은 언감생심이지만, 만남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가학재를 넘어 작은애기봉에서 만난 다도해.

그래! 바로 이 맛으로 산에 오르지.




저 아래 어디엔가 세방낙조 전망대와 휴게소가 있을 건데...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다.

무릎이 시원치 않은 나에게 가장 곤혼스러운 길이다.

만만하게 얕보고 스틱도 가져오지 않은 결과는 버스 안에서 허벅지 근육통으로 나타났다.




세방낙조 전망대.

휴게소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300M. 제대로 된 세방낙조를 즐기려면 여기까지 올라오는 수고는 해야한다.




세방낙조는 섬 사이로 오묘하게 떨어지는 일몰이 압권이라는데 조금이라도 높아야 하지 않겠는가?

들머리부터 시작했다면 노을지는 순간까지 속도조절을 통해 전망대에서 세방낙조를 보고 가면 딱 좋겠다.




해미랑 펜션을 지나...




세방낙조 휴게소에서 모두 모인 친구들과 기념사진.

이 사진은 연말 산악회 정기총회 때 대문사진으로 쓴다고 손 들라고 했다..ㅋㅋ

불행하게도 내가 빠졌지만, 뭐 단독으로 찍은 사진을 교묘하게 뽀샵할 일만 남은 셈이다.

다음달 산행은 영암 월출산이라는데, 빡세게 올라 빡세게 내려와야하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체력을 기르고 볼 터이다.

거기에 영암매실 수확체험도 있다하니 무조건 참석이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여행기획가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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