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성읍민속마을의 돌하르방은 안녕하실까?

2011. 11. 13. 23:00대한민국 견문록/제주도 견문록

 

    

     나 바레기가 권닥사니 벗어정
     가고정 홀 때랑
     속솜호영 오고셍이 보내 주쿠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고득토당 가고정혼 질에 케우려 주쿠다.
     가고정혼 절음절음
     놓인 그 고장을
     솔째기 볼브멍 가시옵서게.
     나 바레기 권닥서니 벗어정
     가고정 홀 때민
     죽어쿠나 아니 눈물 흘리 쿠다게

     

     영랑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제주방언으로 읽어본 시다.

     혼저옵서예, 저옵서예, 하영봅서예, 좋쑤과?....

     이게 어느나라 말일까..발음나오는데로 썼으니 한 번 읽어보자. 일본말도 중국말도 미국말도 아닌 한국말 중에 제주도 말이다.

     풀이를 해보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많이 보세요. 좋습니까?라고 한다.

    

     인간세상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서 사고나 지식도 달라지고 문화양식도 달라진다고 한다.

     로마어를 중심으로 발달한 영어권의 세계와 한자를 중심으로 한 동방3국이 모두 문화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했듯이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항상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그런의미에서 제주방언은 분명 우리나라 말임에도 우리나라말같지 않은 아픔이 있다.

  

     옛날엔 '탐라'라 불리었던 제주도는 백제와 신라에 속해 있었다가 938년부터 고려에 속했다.

     이후 1271년 몽고의 침입에 항거한 삼별초가 제주도를 근거지로 97년간 전쟁을 벌였고 일제시대에도 많은 일본인이 제주에 들어왔으며

     한국전쟁때는 전국 각지에서 수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들었다.

     고려시대때의 100여년동안의 몽고지배시대때의 몽고인과 제주주민들과의  혼인 등으로 그들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었고

     이후로도  일제시대때 일본인들이 뿌린 일본어문화와 625전쟁통에 전국 각지의 피난민들이 제주도로 몰려들어 8도 사투리가 모두 섞였서

     다시 한번 언어문화적 격동기를 맞는다.  현대에 이르러 제주방언은 언어학자들의 소중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으며 아직도 그 뿌리를 튼튼히 박고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다.

 

     제주도 정낭이라고 한다 . 육지에서의 대문역할을 하고 야외에서 기르는 가축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용도였으나 지금은 집주인의 행방을 알리는

    기능으로 더 알려져 있다. 구멍이 서너개 뚫린 돌로된 기둥에 서너개의 막대기가 끼어놓고 있으며  세개가 모두 내려가 있으면 사람이 안에 있으니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고 두개가 내려가 있으면  잠시 외출중 모두 닫혀있으면  안에 사람이 없으니 들어가지 마시오란 뜻이다.

    돌로된 기둥을 정주석, 나무로 된 기둥을 정주목, 가운데 걸치는 나무를 정낭이라 부른다.

    

     그런데 성읍민속촌의 이 집은 겉모습은 초가지붕이나 안에 시설들은 아주 최근에 개량되어진 것 같다.

     사람이 직접 살고 있으나 왠지 전시용 집인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는 것은 흑돼지있는 곳이 조형물이라는 것때문이다.

     여러사람을 앉혀놓고 무엇인가 설명하는 조그만 강단도 있고...말 조형물도 있는 것이 영낙없는 전시관이다.

 

      넓은 마당에는 빨래건조대에 빨래가 널려있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인다.

      ㅎㅎ 그렇지만 흑돼지가 모두 조형물이라는 것에 빵터졌다...흑돼지하면 말 그대로 진흙범벅의 땅바닥에 구르는 똥돼지를 말하는데

      이렇게 용무를 보는 곳이 오픈되어있는 통시(제주도 화장실)가 어디있겠는가.

      아마 이 집 주인은 화장실 용무를 여기서 보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의 현대식 화장실을 사용할 것이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정말 흑돼지가 사람 똥을 받아먹는 제대로된 통시다.(아쉽게도 그런 실제 통시는 남아있지 않다 한다.)

      글쓴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전남 구례군 백련리에 사시는 할머니댁에 가면 정말 까만색 똥돼지가 똥을 받아먹었다.

      그래서 바닥은 항상 인간의 배설물이 없이 깨끗하고 지푸라기만 가득 쌓여있어 위에 사람이 올라오면 밑에서 말똥말똥 쳐다보며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건만 이 곳 제주도에와서 그런 모습을 상상했건만 멋지게 생긴 흑돼지 조형물 가족과 사방이 툭 터진 변소만 봤을 뿐이다.

 

     이쪽은 후문인가? 정낭 3개가 모두 올라가 있다.  벽체는 화산암으로 쌓아 올리고 볏짚을 섞은 황토흙을 비벼 붙혔다.

     황토벽돌집을 만들때 보니 저런 볏짚을 섞어서 붙혀야 흙이 잘 안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흙벽집 시늉만 한 것 같은~~~

 

     물허벅일고 하는데 물을 길어올때 짊어지고 가는것. 이거 한 번쯤 짊어져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머가 급하다고 속사포처럼 할 말만 쭉 뱉고 휘리릭 다음코스로 이동~~

 

     정낭 밖에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그들의 진지한 표정이 건성스럽지 않다.

     성읍민속마을을 구경하는데는 입장료가 없다. 다만 안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가 있는데 (그 가이드는 여행사 가이드가 아니라 민속촌의 상품판매장

     가이드다) 그 가이드외에는 안내를 할 수 없다 한다. 무료입장대신 민속마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상품도 설명하는 이른바 상품판매가 주 목적인 가이드다.

     그래서 설명은 대충대충...시간은 휘리릭...내가 보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닌데.. 민속마을의 돌담길을 거닐며 오래된 제주문화를 느끼고 깊어가는 제주가을의

     참맛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런 것들은 제주민속박물관에 가서 입장료 주고 들어가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 민속촌 사람들의 생각은 암마 민속박물관의 입장나 민속촌의 물건값은 같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조랑말 조형물과 연자마. 저 연자마를 조랑말이 끌었을까...소가 끌었을까.

 

     돌담을 보니 아주 깨끗하게 보여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이다.

     제주 민속마을에 와서 혹시라도 구경하는집이라고 붙혀있으면 흥미가 반감되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

     우리가 민속마을을 구경하고자하는 것은 토착제주원주민의 삶을 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생활양식을 알아보고자 함인데.

     이끼 하나 안낀 돌담길과 인공적인 시설, 그리고 쇼핑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인하여 본질적인 관람의도와 달리 썩 유쾌하지는 않다.

     전남담양 창평의 슬로시티 삼지천마을을 가면 오래된 돌담길을 고즈넉히 걸으며 아주 오래된 한옥과 초가집들을 마음껏 원없이

     안내가이드 필요없이 둘러보며 여유로운  산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쇼핑센터로 이어지는 코스도 없다.

    그렇게 사람사는 곳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평화를 누리는 길에 비하면 제주도 성읍민속촌의 집엔 그럼 감동과 감흥이 전혀없다.

 

     黃金百萬而不如一敎子  ( 황금 백만냥도 자식 하나 가르침만 못하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안중근의사의 어록을 출입문근처에 걸어놓았다.

      보통 공부방에 걸어놓거나 안방에 걸어놓아야 제격인데 바깥에 걸어놓으니 영낙없는 전시성 초가집이다.

      차라리 이것을 바깥에 걸어놓으면...貧而無諂富而無驕 (가난하되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되 교만하지 않는다.)어떨가.

 

      정낭이 다 내려온 집을 나서면서 일행은 모두 쇼핑센터로 이어지는 길을 안내가이드를 따라 들어간다.

     유쾌한 쇼핑이 되면 서로 좋으련만 돌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 것은 성읍민속마을의 보존가치가 갈수록 시한부인생을 사는 것처럼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국인으로 부터 유쾌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과연 이 체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6년전 제주도에 가족과 같이 와서 성읍민속마을을 둘러볼때는이런 것이 없었던 것 같은데...몇년후에도 인자하게 웃고 있는 민속마을의 돌하르방의 모습을

     계속 볼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그때 변화가 있으면 들르지만 그대로라면 못 갈 것 같다.

     차라리 이 다음에 본 일출랜드를 관람하면서 안에 있는 소규모의 민속마을을 보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성읍민속마을을 본 개인적인 생각이며

     나의 이런생각은 성읍민속마을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난 생각이기에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주여행8)야자수공화국 제주일출랜드의 태양은 어디에?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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