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떠난 제주여행1편(사라봉과 외돌개)

2012. 6. 4. 22:56대한민국 견문록/제주도 견문록

 

 

한 달 전부터 아이들에게 한라산 산행에 대해 선약을 받아 놓고도 갈 때가 되면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몰라 노심초사하였지만

다행히 큰아들은 시험이 목전임에도, 둘째 아들은 친구들과 게임약속을 멀리 한 채 아빠를 따라 한라산 산행에 기꺼이 따라 나섰다.

큰아이는 몰라도 산이라면 질겁을 하는 둘째 아이가 과연 한라산 산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으로 출발 하루 전 날 밤잠을 설쳤지만

이미 가기로 약속한 이상 두 아이는 자신의 책임과 의지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체력으로 산을 타야 하는 어엿한 등산인이 되었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불어 넣어주기로 하였다.  

 

퇴근 후 배낭을 꾸리고 옷들을 챙기면서 등산화라도 하나 씩 사줄 걸 그랬나 라는 후회가 급격하게 밀려왔지만,

자기들이 신는 신발이 훨씬 편하다고 우기는 아이들의 속 마음은 아마 제주도까지 데려가는 여행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둘 다 덩치가 아빠만큼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내 등산복을 입혀놓고 보니 인물이 훤한 것이 썩 등산인 같은 모습이다.

계절별로 상하 서너벌씩 평소에 입는 등산복과 달리 등산화는 발 사이즈가 모두 틀려 사기도 애매하고 안 사자니 또 애매하고...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둘 다 '평소 신고 다니는 운동화가  질기고 튼튼하니 편하게 그걸로 신고 갈께요'라는 말로 명쾌하게 정리해 버린다.

고맙다..아들들아^^

 

오늘 산행은 내가 다니는 광주 문흥백두산악회의 창립8개월 기념 제주도 한라산 1박2일 특별산행이다.

1개월전부터 산악회의 의뢰로 친구가 경영하는 여행사와 협의하여 최대한 저렴하고도 만족스러운 편안한 일정을 짰다.

일정과 산행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받아 직접 짜고 실행해 본 결과는 모두가 만족한 흡족한 한라산 산행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보람있었고 봉사와 나눔으로 사랑을 배풀었던 산악회 임원진 여러분에게도 보람있는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첫 날 일정은 제주항 옆 사라봉에 올라

제주항을 내려다 보고 서귀포로 이동하여

올레7-1 외돌개 코스를 트레킹 한 다음

제주 시내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고

둘째날 일정은 한라산 등반이다.

 

코스는 A코스 성판악휴게소에서 백록담 거쳐

관음사로 하산하고 B코스는 영실에서 윗세오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하지만 A코스는 항구에서 오후 4시 30분 출발하는 배 시간의 제약으로 솔직히 리딩하는 나도 자신할

수 없는 코스이다.

산악회가 생긴지 이제 8개월이 되가는데 한라산

종주 산행에 나설 만큼 체력이 축적되어 있지않고

연륜도 짧아 이 코스를 타 본 회원들도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하여  산행에  참가한 대부분의 회원들이 

말그대로 한라산 초행길인 것이다.

 

그러므로 집행부에서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두가 즐거운 산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모두 제주에서 하룻밤을 더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배로 떠나야 하는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한라산 전 코스를 타 본 나로서는 성판악코스보다 돈내코 코스를

A코스로 영실코스를 B코스로 수정안을 생각했으나 모두 한라산이 초행인 관계로 한라산의 정상 백록담을 오르기로 확정된 것이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고 47명에 이르는 대 식구를 이끌고 광주를 출발하여 다시 광주로 돌아 올 때 까지 한 명의 낙오자, 부상자 없이

계획대로 안전하게 돌아 올 수 있기를 하늘에 기도하고 출발날 아침을 맞이 하였으니 이젠 한라산으로 죽어도 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든든한 두 아들이 아빠의 앞 뒤에 서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생각하니 전혀 두렵지 않았다.

 

 

중2 둘째아들..생각이 깊고  마음이 여리지만 친구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부쩍 신체와 가슴이 커가는 중이다.

덩치는 벌써 아빠 키를 추월했지만 나서기를 주저하는 지라 늘 혼자 있고 싶어하는 둘째...그래도 아빠와 형을 따라 나선 것이

자랑스럽다..일주일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때는 비행기로 올 때는 스타크루즈로 와서 이미 스타크루즈를 완전 마스터 했다고

출발과 동시에 갑판에 앉아 사색중이다.

 

 

오늘 배는 만석이다.

단체 배 표를 못 구해 난리가 났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단체 배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우리 이미 한 달 전에 50장의 배 표를 예약해 놓고 느긋하게 기다려 예약석이 다 차기를 기다리는 중이어 어려움을 몰랐으나

배 표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준 여행사 친구에게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내가 다니는 광주 원산우회는 배 표를 못 구해 제주한라산 특별산행이 취소되는 경우도 생겼다 하니...

 

 

둘째가 갑판에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 동안 큰 아이는 비좁은 3등객실 차창가에 홀로 앉아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목포에서 제주까지 가는 4시간 40여분의 시간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보내느냐의 한 가지 실례가 된다.

이른 새벽 출발한 관계로 자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라이브카페에서 왕성한 체력으로 스테이지를 휘어잡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가는 시간 내내 자리 깔고 소주 맥주가 오가며 친목회를 갖는 사람도 있고 노래방, 게임방 할 것 없이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무료하고 긴 시간을 슬기롭게 보낸다.

틈틈히 저 책을 옴서 감서 배안에서 차안에서 다 봤다는 훗날 유능한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큰 아이...

운동도 만능이어 못 하는 운동이 없다..(난,,팔불출이얌..ㅋ)

 

 

 

그래도 노래방가서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책과 사색만 능사는 아니다..

놀 때는 확실하게 놀고 잉...

 

 

그 시간 갑판에선 산악회 회원님들을 모델로 바람결에 머리카락 휘날려 보고..

 

 

 

 

 

 

광주 북구 일곡동 종로약국 약사님 가족. 아들이 둘째 아이와 많이 닮아 큰 아이도 헤깔렸다는..ㅎ

 

 

라이브카페에선 1시간이 넘게 공연이 진행되고..

 

 

그렇게 태극기 휘날리며 제주해협을 건너왔다.

 

 

큰아이가 언제 찍었는가 카메라를 열어보니 찍혀 있었다.

제주에 도착하여 첫 행선지인 사라봉으로 가며 이제 본격적으로 가이드 해 보자..

 

 

사라봉(148.2m)은 사라오름이라고도 한다.

성판악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오름도 사라오름인데..명칭이 같아 혼란스럽지만 이름은 분명 사라봉(사라오름)이다.

근처에 제주국립박물관이 있고 독립운동을 펼친 의병들의 넋을 기리고 의녀반수 김만덕의 숭고한 나눔과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도민들 성금으로 세운 모충사(김만덕기념관)와 보림사도 있어 제주시민들도 많이 찾는 공원이다.

 

 

보림사 공덕비

 

 

보림사 부도탑

 

 

사천왕문

 

 

한국불교 태고종인 보림사는 1957년 성원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

제주 유형문화재로 제18호로 지정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보림사 본존불로 봉안되어 있는데

조선 후기에 제작된 불상을 그동안 순천 선암사에서 보관하다 보림사 창건때 옮겨왔다고 한다.

 

 

보림사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사라봉으로 오르기전 길거리 즉석 공연이 펼쳐지고..

큰아이는 필이 꽂혀 떠나지를 못한다.

 

 

 

 

연합군의 북부해안 상륙을 저지하고 제주 2곳의 비행장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일제 침략시절의 동굴진지

이런 동굴진지는 제주도 곳곳에 만들어져 있으며 대표적인 곳이 송악산동굴진지와 고사포진지이다.

 

 

안내표지판 없지만 연대임은 확실하다.

산방산앞에 있는 산방연대는 동쪽으로는 당포연대(직선으로 5.7km),서쪽으로는 무수연대(직선으로 6km)와 교신했다고 한다.

사라봉연대는 어디 연대하고 교신했는지 나중에 찾아서 보완할 생각이다.

 

 

제주항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사라봉에 오른 회원님들과 기념을 남기고...

 

 

 

 

 

나의 뒷 모습을 아들이 찍어보고...

 

 

사라봉 해송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민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받았다고 한다.

 

 

 

 

배드민턴장과 발지압하는 길도 있고...

 

 

 

 

사라봉을 나와 1시간 가까이 차량으로 이동하여 제주 올레길7-1코스 트레킹을 나섰다.

올레길 7코스는 외돌개 - 돔베낭골 - 속골 - 법환포구 - 시건도앞 - 강정천 - 강정포구 - 월평포구 - 굿당산책로 - 송이슈퍼(종점)까지

이어지는 약13.8km로 5시간 걸리는 코스이지만 우리는 외돌개에서 돔베낭골끝길로 내려가는 주차장까지 1시간정도 걸리는 7-1코스를

걷는다.

장흥이나 완도에서 출발하여 오전10시30분경 제주에 도착한다면 제대로 된 올레길 한 코스는 돌아보았을 것인데 오후2시가 되어 도착

하다보니 이동시간과 내일 산행 등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짧게 외돌개만 보는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약150만년전 화산이 폭발할 때 생성된 외돌개는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강한 암석만 남아 있은 것으로  시스텍이라고 하며

높이 20여m, 폭 7~10m로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돌기둥으로 수직 해식절벽이 발달한 주변 해안과 해식동굴이 함께

어우러져 특이한 해안 절경을 연출하는 대한민국 명승 제79호로 외돌개에는 두가지 슬픈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첫번째 전설은 물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하여 외돌개란 이름이 붙여졌으며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가

바위가 된 할머니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여 있어 `할망바위`라고도 불리운다.

외돌개 바로 밑, 물위에 떠있는 듯한 바위는 할머니가 돌로 변한 후 할아버지의 시신이 떠올라 이 된것이라고 하니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할망바위 끝은 사람의 머리처럼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왼편으로 뺨과 옆이마 그리고 콧등의 윤관과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는 듯한 벌린 입이 영낙없이 할머니 모습이다.

그리고 그 앞 바위는 사람이 물에 떠 있는 할아버지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뒤로는 선녀바위라는 돌이 되어버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안스러운듯 병풍처럼 팔을 벌려  감싸안고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전설은 고려말 최영이 제주도를 강점했던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 뒤에 있는 범섬이 최후의 격전장이 였는데

이 외돌개를 장대한 장수로 치장시켜 놓았고  목호들이 이를 대장군이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오인하여 모두 자결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외돌개를 `장군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는 것이다.

뒤에 보이는 섬이 범섬으로 호랑이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확인불가이다.

 

 

 

 

외돌개는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한상궁이 모함으로 대장금의 등에 업혀 최후를 맞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올레 7코스에서 만나는 커피숍..

골프장 하우스 같은 분위기로 아름다운 모습처럼 커피맛도 아름답다는..

 

 

그 분위기에 취한 큰아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ㅋ

어찌까잉..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부러야...

 

 

올레길은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에서 돔베낭골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계속이어진다.

계속 갈 수 없는 아쉬움이 그 계단으로 인도하고..무엇엔가 끌린 듯 내려가본다.

출발시간이 5분여 밖에 남지를 않아 넉넉하지 않지만 한 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가슴이 터진다.

태평양을 바라보면 항상 떠 오르는 기억이 있다.

태평양을 향해 저 아래로 쭈욱 내려가면 1997년 다녀온 괌이라는 미국령이 나온다.

우리가 돌아올 때 타고온 비행기가 한달만에 악천후로 괌에 착륙하다 추락한 사고가 난 곳.

회사 일정상 한 달 뒤 출발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상 휴가를 앞당겨 다녀왔던 곳..

 

 

잘 익은 바게트를 잘라 놓은 것 처럼 구멍이 슝슝 뚫린 바위와 시멘트로 벽에 주욱 발라 붙여 놓은 듯한 절벽.

 

 

돔베낭골로 이어져 오는 바닷가 길은 신비로운 자연현상과 더불어 사색을 겸한 길이다.

 

 

그리고 범섬과 태평양 맑고 시원한 검푸른 바닷물을 휘리릭 스쳐 지나보고 더 이상의 올레길 트래킹은 훗날로 미뤄본다.

나의 다음 제주여행은 이런 올레길 투어로 전 코스를 돌아 보는 것이고 그 다음 목표는 오름탐방이다.

이 많은 여행을 언제 시작하여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생각만으로도 기대되는 기다림이다.

 

 

숙소인 뉴제주호텔..

방은 1실 5인으로 배정했지만 8명이 자도 남을 정도로 크고 제공되는 식사는 A급 메뉴이다.

지금까지 제주여행겸 산행에 나선 후 두번째로 격식높은 식단이 제공되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방에 드라이기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 샤워후 머리 말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텔레비젼도 32인치로 좀 작은 거 같고..

그리고 가장 불편한 것은 아침 식사 시간이 7시부터라는 것이다.

육지에서 와 한라산 산행에 나서는 팀들은 오후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늦어도 6시에 식사를 하여야 하나 식사시간 때문에

곤란할 수도 있다. 혹시 한라산 산행에 나서는 팀은 반드시 숙소 아침 식사 시간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린 제주 여행사 담당의 실수로 아침 식사시간을 체크하지 못한 것 때문에 하마트면 일정에 차질이 올 뻔 했으나 다행히

호텔측에서 1시간 앞당겨 아침식사를 마련해 주어 예정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두 아들과 떠난 제주여행2편(한라산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에서 계속..

 

(글 : 포토뉴스 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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