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고 빨간 자두만큼 행복한 어머니께 가는 길.

2012. 7. 20. 22:30전라남도 견문록/곡성 견문록

 

지난 토요일도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예보되었다.

하루종일 우중충한 하늘은 금새라도 굵은 빗방울을 토해낼듯 울렁거리고...

그러나 일주일 전에 어머니께 약속한 자두를 따러 곡성으로 가는 호남선은 울렁거리는 하늘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시원하고 거침없이 내 달리는 길이다.

휴가철 주말엔 늘 광주에서 순천으로 가는 호남고속도로는 여행자들의 차로, 단체관광객을 실은 버스로 초만원이었지만

오늘과 내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200mm에 이르는 폭우가 내린다 하니 고속도로는 한 마디로 '휑'하니 비어있다.

 

그래도 나처럼 어디론가 가는 몇 대의 차량들은 각자의 행선지로 뒤도 안 돌아보며 부지런히 달려가고..

난 어머니 홀로 사시는 곡성 삼기로 가기위해 큰 아이와 같이 호남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전남 곡성군 삼기면 원등리 의동마을.

예전엔 삼기천 이곳까지 연어가 올라왔다고 한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입면을 지나는 섬진강까지 올라온 연어가 옥과천을 따라 올라오다가

이곳 삼기천까지 흘러 들어와 알을 낳고 삶을 마감한 곳..그리고 그 치어들이 태평양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고향천으로 돌아 온 그 현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마을에서 연어의 종착역이란 기념석을 만들어 놓았다.

 

일년전 4월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아버지랑 이토록 멋진 청정 삼기천 가를 걸으셨다.

지금은 홀로 되셔 가끔 옥상에 올라 호남선을 부지런히 오고 가는 수 많은 차량들을 바라보며..

옥과에서 곡성으로 가는 국도를 또 바라보고..

저 중에 큰 아이 차가 있나..둘째 아이 차가 있나...막내 차가 있나..세어보고 계셨을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못 찾아 뵙지만 아직 정정하심에 둘째는 한 없이 기쁘다.

분명 어머니가 바라보고 계시는 쪽에서 어머니가 가장 예뻐하는 손주랑 같이 둘째가 가고 있으니..

 

 

스래트집이었던 것을 헐고 새로이 집을 지은 것이 십오년전쯤..

넓은 마당을 지키고 있던 대추나무, 두릎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중 대추나무와 두릎나무는 옮겨심었지만 죽고..

이렇게 담벼락에 붙어 목숨을 부지한 자두와 감나무는 올해도 풍년이다.

 

 

햇볕을 잘 받은 맨 위쪽은 복숭아처럼  빨갛고 통통하게 익어가고...

 

 

그 옆의 감도 맛있게 익어가고..

 

 

마늘 담은 망태에 간짓대를 끼워 자두를 따보자..

어머니가 손을 뻗으면 잡히는 자두는 어머니 심심하실 때 따 드시라고 냅두고서..

옥상에 올라 땋으려 해도 손도 안 닿고, 마당에 사다리를 세워도 안 닿는 맨 꼭대기 부터 따려하지만...

 

 

요렇게 꼿발 딛고 서서 두 팔을 쭉 내밀어 봐도 언강생심..망태에 들어가는 것 보다 떨어지는 자두가 더 많다..ㅋ

 

 

바닥에 천막을 쳐 놨지만 그래도 떨어진 충격에 이렇게 탐스렇고 이쁜 자두가 비명을 질러대서..그대로 스토옵~~~

 

 

담벼락위에 올라가 이렇게 직접 손으로 따기로 한다..ㅋ

 

 

손에다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 요렇게 포도처럼 알알이 달린 자두를 정성껏 손으로 딴다.

 

 

잘 익은 것하고 아직 안 익은 것 하고 구분해라잉..ㅋㅋ

그래야 다음주 토요일날 또 와서 따제..ㅎㅎ 알았니? 큰아그야~~~

 

 

자두가 아마도 천여개는 열린 듯..따고,또 따고 , 질리도록 따고, 꼿발 딛고 따고, 나뭇가지에 팔이 긁히면서도 따고..ㅋㅋ

 

 

 

포도시..30여분 딴 게 이정도다..아직도 4분의 3이 남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자두따기를 멈췄지만 언제 다 딸까? .. 이거 내다 팔면 얼마나 될까? ㅋㅋ 마침 오늘 옥과 장날이야..

 

 

요렇게 탐스렇고 빨간 자두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가만 놔 두었으면 까치밥이 되고 떨어져 벌레밥이 되었을 것인데..

 

 

일단 씻어야 되겠지?

 

 

넓은 화장실에서 깨끗이 씻으니 소쿠리 3개가 가득 담긴다.

하나는 우리집 가져가고...ㅋ  하나는 엄니 쥬스만들어 드시고이..하나는 장에 내다 팔까?

 

 

아싸...자두를 팔려고 비 내리는 옥과장에 나왔다..(진짜로? )

 

 

아니..ㅋ 순대국밥 먹으러~~~

엄니랑 큰 아이랑 같이 옥과 시장내에 있는 순대국밥집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고,

장을 둘러 보니 손바닥만한 소쿠리 하나에 담긴 자두가 떨이로 5,000원이라고 한다..허거덕..오매..

도대체 얼마치를  딴 거야? ㅋ  먼 자두값이 이렇게 비싸데?  요거요거..자두 나무 몇 그루 더 심어봐? ㅋ

사진 위에 있는 소쿠리 모두 내다 팔면 한 이십만원은 벌겠다..ㅋㅋ

 

소쿠리 두개 가득 담긴 자두를 가져와..윗집 아랫집 옆집 다 나눠주고...

사무실까지 가져와서 냠냠 맛있게 먹고 이 글을 쓰고 있다.ㅋ

다음주 또 자두를 따러 간다..혹시 드시고 싶은 분 있으신가 몰러..ㅋ

 

                                         엄마...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잉..

 

(글 : 포토뉴스 코리아, 굿뉴스피플 simpro)

simpro의 프로야구 이야기

simpro의 여행(路) 이야기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