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4. 07:05ㆍ대한민국 견문록/경상도 견문록
화개장터하면 왜 조영남의 노래가 생각날까?
그 노래 가사를 보면 구례와 하동사람들이 닷세마다 장을 펼치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조금 가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남도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구례토지면과 하동화개면이 붙어 있어
노랫말대로 닷세마다 장을 열었겠지만 남도대교가 생기면서 구례간전면과 광양다압면 등 2개의 면이 더 늘었기에...
화개장터는 지난 3월 23일 광양매화축제에 들렀다가 오게 된 곳이다.
간혹 쌍계사 벚꽃십리길에 화사한 벚꽃이 필 무렵이면 어머니모시고 가족들이랑 왔지만 올해는 나 혼자 걸음했다.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을 보러 나온길에 연로하신 어머님과 동행하면 자칫 꽃구경하러 오셨다가 몸살나실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화개장터는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 31km의 1코스와 2코스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평사리에서 출발하여 화개장터와 차 시배지를 거쳐 쌍계사 불일폭포까지 이어지는 '토지'길은 최근 지자체별로 개발붐이 일어난 각종 웰빙길과 더불어 새로 생겨난 듯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을까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구례 산수유 시목이 있는 계척마을에 갔을 때도 이순신길이 있었지만 나중에 검색을 통해 보니 많은 구간이 포장도로를 걷게끔 되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튼 박경리의 소설'토지'로 유명한 하동군에서 만든 길이니 번성하소서 라고 말할 수밖에.
화개장은 1726년에 번성기를 맞아 해방전까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시골장이었지만 교통과 유통구조의 발달로 쇠락의 길을 걷다가
김동리의 소설 '역마'와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로 다시 알려져서 1997년부터 4년간에 걸쳐 옛모습을 복원하고 다시 장을 세웠다고
한다. 그 화개장터의 십리벚꽃길이 하동8경의 하나이니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하동8경 나들이에 나서보면 어떨까?
참고로 하동8경은 1경 화개장터 십리벚꽃, 2경 금오산 일출과 다도해, 3경 쌍계사의 가을, 4경 평사리 최참판댁, 5경 형제봉 철쭉,
6경 청학동 삼성궁, 7경 지리산 불일폭포, 8경 하동포구 백사청송이라고 하지만 금오산 일출만 보지 못했을 뿐이지 관광 하동의 명승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 본셈이다.
원래 시골장터라고 하면 밭이나 산에서 우리의 어머니들이 한 소쿠리씩 따온 나물이나 약초 등을 주로 내다 파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농삿일로 남은 곡식도 내다팔고, 이래저래 어물전도 생겨나고 몸배바지를 파는 옷가게도 생겨나면서 장마당이 넓어지고
장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국밥집도 생겨나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골장터가 형성되지만 지금의 화개장터는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철저히 계획된 장터로 출발하였기에 여기서 우리 어머니들의 굵은 주름살을 기대한다는 것이 좀 뻘쭘하다.
화개장터엔 스토리텔링이 있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된 화개장터는 소설 역마의 내용 중 일부를 석병풍에 새겨 놓았다.
젊었을 적 한번쯤 읽어봤겠지만 내 책장에 책이 없는 것이..ㅎㅎ
화개장터에서 산화한 학도병에 바치는 노래라는 시도 있다.
1950년 전쟁이 일어나자 이곳 화개면의 한 야산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30여명이 학도병이 전사했고 6년전쯤 그 유해발굴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당시 순천에 주둔했던 국군 15연대에 인근의 여수고, 여수공고, 순천고, 순천매산고 1~2학년생 180여 명이 자원입대하였고,
이들은 일주일 정도 총 쏘는 훈련만 받고 구례~진주 전선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교복에 군번도 없이 소총 한 자루와 주먹밥 1개가 다 인 이들은 3일간의 행군끝에 하동까지 가게되었지만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 6사단 병력과 맞서 화개면의 한 야산에서 전투를 벌이다 30여 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이 전투가 학도병과 북한 정규군 사이의 첫 전투로 기록된 '화개장터 전투'였다고 하니 어린 나이에 나라를 지키고자 자원입대하여 총도 제대로 쏴 보지 못하고 꽃다운 청춘이 꺾였을 이 들을 생각하니 마치 권상우 주연의 '포화속으로'의 한 장면을 생각나 울컥하는 감정으로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산 정약용이 본 화개장.
화개장은 정약용 뿐만 아니라 내노라하는 시인묵객들의 노래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화개(花開)란 꽃이 열린다는 뜻으로 하동 쌍계사 가는 길의 벚꽃 피우는 것을 말한다고 하지만
하동의 차나무 꽃 피는 것을 말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매년 10월 말부터 11월까지 하얀 꽃을 피우는 차나무는 찬서리나 첫 눈을 맞으면 더욱더 영롱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예로부터 차나무꽃을 운화(雲華)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차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까지는 꼬박 1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기에 다음 해 피는 꽃과 전해 핀 꽃의 열매가 같이 매달려 있기에 옛 선인들은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불렀다고 하니...
3월23일은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던 날이다. 아울러 3월29일 부터 열리는 구례 산수유축제를 미리보기 위한 상춘객이
섬진강가를 가득 메운 날이기도 하다. 딱 그 가운데에 있는 화개장터는 아직 벚꽃이 피기도 전이지만 윗마을 광양매화축제와
아랫마을 구례산수유축제 나들이길에 나선 사람들이 서로의 축제를 보기위해 만나는 곳으로 말 그대로 장터였다.
MBC헬기가 취재나와 화개장터 주변을 맴돌며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길레 손을 흔들어 주었건만
작년 말부터 집에서 TV를 치워버려 그날 밤 뉴스를 보지못해 내 모습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고...
또 뉴스를 보고 싶지도 않고...ㅎㅎ 인터넷 뉴스는 내가 선별해서 볼 수 있지만, TV나 라디오 뉴스는 앵커가 읽는데로 귀에 들어올 수밖에
없길레 잘 보지 않는다.
그럼 이제 잡다한 이야기 그만하고 화개장터 구경 한 번 해볼까?
빠지면 서운할 먹거리
그리고 각종 비닐포장이 된 약초들...
시골장터 분위기는 하나도 나지 않는 것이 이렇게 비닐포장된 상품들도 하나의 원인 일 것이다.
안과 밖이 전혀 다른 화개장..밖은 흥청대는 시골장터지만 안은 이렇게 텅텅 비어 객보다 쥔장이 더 많다.
한참 머물다 간 차 판매점.
다성 초의선사는 하동 화개의 야생차를 한국 최고라고 했다. 또한 차 매니아들도 하동차를 최고로 친다.
화개장에는 그러한 하동차를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나의 발길을 붙잡은 곳이 바로 산곡다원의 차 판매장이었다.
산곡다원은 하동창연구소 주변 산자락에 약 칠천평에 이르는 매화밭과 일만오천평의 차밭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난 차를 특우전,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 5종류의 명품 지리산 야생작설차로 만들어 내며 토종 매실원액과 매실 장아찌 등
도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체라고 한다.
여행에 지친 나그네를 위해 직접 우려내준 차 한잔 얻어마신것 밖에 없지만 왠지 친근감이 가는 기분은 왜 일까?
매실차도 한잔 얻어 마셔보고..ㅎ
나중에 화개장터에서 나와 최참판댁을 다녀오며 차 밭을 한 번 둘러보려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밀려오는 차량들로 인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산곡다원 차 판매장 바로 옆에는 대장간이 있다.
대장간쟁이 탁수기씨의 소개.
다른곳과 달리 대장간의 화개장터의 최고 인기코스이다.
하기사 젊은 친구들은 이런 쇠붙이를 뚝딱뚝딱 거려 호미, 낫, 곡괭이, 망치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여기 만들어 놓은 것들은 모두 판매용..
호미 한 자루의 가격은?
문화다방은 차를 파는 곳이 아니라 화개장을 찾은 사람들의 쉼터라고 한다.
풍성한 먹거리 골목이 있는 외곽은 수 많은 인파로 북적거려 조용한 시장 중심부하고는 많은 차이가 난다.
차량은 화개면사무소 앞에 주차하면 된다.
섬진강에 왔으니 섬진강 참게요리를 먹어야 하나 여행자 한 사람이 먹기엔 부담스런 메뉴..
그렇다면 섬진강 제첩국이다. 화개장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길로 접어들면 고풍스런 조양숯불갈비라는 한옥식당이 나오고...
재첩으로 시작된 메뉴 중에서 섬진강 채첩국을 주문해 본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광양매화축제에 들렀다가 이제 평사리 최참판댁과 하동차밭을 구경가려하는데
아직까지 물 한 모금 마지지 않았다. 갈증이 날 만도 하지만 오로지 섬진강 제첩국 한 그릇 먹어보기 위해 참았던 것인가?
시원하면서도 약간 비릿한 것이 바로 섬진강 제첩국이다.
정갈한 밑반찬에 서빙하는 이모들도 상냥하고 주차의 편의성이 있기에 화개장터에 와서 마땅히 식사할 곳을 못 찾았다면
이곳에 들러 제첩국이나 제첩덮밥 한 그릇 뚝딱 해결하고 길을 떠나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화개장터가 지금은 비록 옛모습보다 의미가 많이 퇴색된 상설시장으로 바뀌고,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에
처음부터 편안하게 둘러본다는 것은 계획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화개장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덤과 인정이 오가는 시골장터가
아니고 하동쌍계사 부근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특산품과 지역의 볼거리를 보여주어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해 주는 관광지라고 생각하면 마음편하게 둘러볼 수 있을 것이며, 지리산 자락의 하동 야생차와 섬진강 제첩국이란 멋진 맛도 있으니 화개장터에 왔다면
꼭 그 맛을 찾아 보시도록..
(글 : 포토뉴스코리아, 제3기 광주문화관광탐험대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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