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명산)지리산 바래봉의 슬픈 이야기 길 1편 (용산주차장~바래봉~팔랑치~부운치)

2011. 5. 26. 15:30한국의 산 견문록/한국의 산

 

 

지리산 바래봉..

바래봉에 숨어 있는 슬픈 이야기를 아는가.

 

지리산 바래봉에 숨어있다는 슬픈 이야기를 알아보기 위한 이번 여정은 하룻밤사이에 결정되었다.

남양주에 있는 축령산 철쭉을 보러가는 서울 친구들이 부러워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가기로 결정할

때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월요일은 비가 오니 D-day를 화요일로 잡고 준비했다.

집에서 바래봉이 있는 남원 운봉읍까지 걸리는 시간은 승용차로 1시간 남짓..

원래는 산행 들머리로 정령치에서 출발하여 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 삼거리

-바래봉-바래봉 삼거리-허브랜드(용산리 주차장)로 이어지는 12.8km의 (산행시간 약6시간) 산행을

계획하였다.

 

운봉읍에 차량을 주차하고 택시로 정령치로 가서 이 코스로 넘어 와야 하는데, 무엇엔가 홀려서

그만 용산리 주차장까지 오고 말았다. 무엇에 홀렸을까.. 바래봉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설레임과

허브랜드의 강한 향기에 취해 이곳으로 바로 왔는지도 모른다.

 

평일이라 바래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일부러 축제기간을 피하고 사람도 덜 붐비는 평일에 맞추어 바래봉 등정계획을 수립했기에 인적이

드믐에 희열을 느낀다.

산행에 나설 때 수 많은 인파에 섞여 떠밀려 가듯 하는 산행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산을 보러 온 것인지 사람을 보러 온 것인지 헤갈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이 주는 정감을 호복하게

느끼기에도 불편하기에 가끔 이렇게 평일에 시간을 내어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주차장에 차를 댄 시간이 오전 9시다.

나를 포함하여 약10여명의 등산객이 호젓하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고 또 철쭉 축제도 어제 끝이 나서 주차장이 있는 허브랜드는 적막하기만 하다.

그 적막감이 좋다. 산에 오면 그 어떤 문명의 이기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 산이 불러주는 노랫소리를

감상하고 또 산이 전해주는 이런저런 이야기에도 귀를 귀울여야 한다.

그리고 산과 더불어 사는 온갖 동, 식물의 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그래서 난 산에 오는 것이 즐겁다.

 

허브밸리의 파랑색 풍차가 유독히 눈에 들어온다. 올 8월에 이곳에서 허브축제가 열린다.

흐드러지게 핀 케모마일에 둘러쌓인 주황색지붕의 관리동사무소와 파랑새 풍차가 어디 유럽의 꽃밭에 온 것처럼 이국적이다.

 

허브벨리의 좌측길이든 우측길이든 산 위쪽으로 난 길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산에 오르는 이는 나를 포함하여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적하다. 다만 어제 비가 와서 혹시라도 정상부근에 핀 철쭉들이 다 떨어졌으면 슬픈일이지 않겠는가 라는 몹쓸 상념만 잔뜩 어깨에 짊어지고 간다. 오늘 날씨는 엄청 청명하다. 어제 내린 비로 공기중에 섞여있던 갖가지 잡념들이 모두 씻겨내려가 확트인 시야에 눈이 호강한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차량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게 볼라드를 설치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는 인간만이 들어 갈 수 있다. 이 길목에 운지사가 있는데 나중에 하산하면서 들러보기로 한다. 위 사진의 운봉은 산봉우리가 아니고 운봉읍을 말한다.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 4km를 더 올라가면 바래봉이다. 표지판을 보니 세동치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이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좀 무리가 있다. 차량이 주차장에 있는 관계로 팔랑치와 부운치 사이에 있는 길로 하산 계획을 세운다. 그래도 얼른 보니 15km이상은 걷겠다.

 

바래봉으로 오르는 길은 모양새가 참으로 다양하다. 초입엔 이렇게 어느 등산로에나 있는 흙길이다.

그런데 가만보면 흙들이 반짝반짝 거린다. 꼭 흙에 사금이 섞여있는 것처럼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이 영낙없는 금길이다.

 

흙길이 끝나면 이렇게 돌을 평평하게 깔아 놓은 길이 나온다. 이런 길은 평지에 있어야 걷는데 지장이 없으나 이렇게 등산로에 있으니

영 안어울린다. 등산로는 자연그대로 흙길이 최고다. 흙길을 걷는 것과 이렇게 인공적으로 만든 돌길을 걷는 것은 발 뒤꿈치에 전해오는 충격으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흙길은 부드러운 쿳숀처럼 발목이나 무릎에 충격을 덜 주지만 돌길은 그 어떤 충격 완화장치도 없어 그대로 발목과 무릎에 충격이 전해온다..이 정도로 돈을 들여서 길을 만들어 놓은 사람은 틀림없이 산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이 산을 오른다 생각했으면 이런 돌길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산 아래엔 철쭉이 모두 시들어서 떨어졌지만 중간쯤 올라오면 이렇게 활짝핀 철쭉이 반긴다. 그렇다면 위 정상은 말할 필요가 없다.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바쁘지만 길이 다리를 붙잡는다.. 그만큼 돌 길을 걷는것이 곤욕이다.

 

이젠 돌길과 비교도 안되는 시멘트 블럭길이다..과히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이 길을 자연 그대로 두기엔 모양새가 안좋았을까? 산은 자연은 자연그대로 있는 것이 훨씬 좋다... 길도 그다지 가파른 오르막도 아니고 긴 오르막인데 시멘트블럭으로 만든 이 길이

주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곤란하다..발목이 받는 충격이 과히 메가톤급이다. 그래서 옆으로 난 흙길을 밟고 올라간다.

 

다시 흘길을 만나니 없던 힘이 솟아난다. 그래서 사람은 흙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이런 흙길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에도 온통 아스팔트길이고 공원에도 요즘은 인조잔디에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아스팔트를 깔아놓았지 않은가? 일주일간 그 길을 밟았으면 이렇게 주말엔 산길을 거닐면서 기를 다시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에 뒤 돌아서서 바라본 운봉읍의 전경이다. 철쭉머리 위의 주황색지붕이 허브밸리의 관리동이고 그 옆의 주차장엔 아직도 차량이 없는 것을 보니 오늘 바래봉을 찾는 사람들은 철쭉을 제대로 감상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바래봉 삼거리다.

여기서 바래봉까지는 500m만

더 올라가면 되고

바래봉 들렀다 다시 이곳으로

하산하여 철쭉 군락지와

정령치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곳으로 가면 팔랑치 부운치등의

철쭉세상을 볼 수 있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바래봉 가는 길 우측으로는 딱 드러누워서 한 잠 자기 좋은 숲속이 나온다. 지금은 그냥 가지만 바래봉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저 아래까지 내려갔다 왔다..

 

전나무 숲속에서 뿜어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셔보자.

 

바래봉 바로 아래의 약수터인데 물맛이 정말 시원하다. 약수에 대한 수질 검사표시가 없어 좀 아쉽다..누구나 안심하고 이 약수를 마시게 하면 좋은데 약수터 앞에서 입만 축이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다. 혹시라도 탈 날까봐 수질검사 표시가 없는 약수는 구경만 하고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는 턱에 숨이 찰정도로 힘들여 산에 오르다 만난 지리산의 계곡물들은 손으로 퍼서 마셔도 지금까지 아무런 탈이 없었다. 군대있을 때 100km행군 때는 거의 탈진상태에서 논으로 흘러드는 계곡물을 마셔도 끄덕 없었다.  하지만 운봉읍 관계자는 그러한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수질검사를 실시하여 안심하고 마시게끔 하는 노력도 보여주어야 한다.

 

바래봉에 오르는 길이다. 저 위가 바래봉 정상이다..우리가 흔히 보는 산의 정상하고는 틀리지 않는가? 숲이 우거지고 암반이 튀어나와 있으며 온갖 관목들로 잔뜩 차있는 정상의 모습은 여기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산 정상 전체가 거의 민둥산이다..마치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를 엎어 놓은 모양이다..그래서 이름도 바래봉이라 불린다 한다. 그렇지만 이 바래봉은 지리산 만복대에서 고리봉-세걸산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상의 한 봉우리다..그래서 바래봉의 벌거벗은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

 

바래봉 정상은 1,165m이다. 나 역시 인간인지라 이렇게 바래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 바래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반야봉의 모습은 사진으로 담기엔 나의 카메라가 너무 작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찍어 남긴다.

 

바래봉 정상에 서서 온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본다..오른쪽부터  우뚝 솟은 봉우리는 고리봉, 만복대,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덕평봉, 촛대봉, 제석봉, 천왕봉이다.

 

바래봉 삼거리에 있는 철쭉 군락지에서 바라본 바래봉이다. 언뜻보면 목장같은 분위기가 든다..사실이다 1970년대 호주에서 들여온 면양의 방목장이 있던 자리다. 면양들이 주변의 초목들을 몽땅 뜯어먹어 사라지고 말았지만 독성이 강한 철쭉만 살아 있는 것이다. 바래봉 복원을 위해 심어놓은 구상나무들이 철쭉과 더불어 새로운 옷으로 바래봉은 지금 한창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이다. 마치 정원같은 바래봉..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같은 바래봉은 먹고 살기 위해 들여다 놓은 면양으로 인해 큰 상채기를 입고 살아남은 철쭉들의 처절하게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 이제라도 그 슬픔을 보듬고 위로해 줘야 하는것이 바래봉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팔랑치 가는 길목에 핀 철쭉꽃...저 멀리 보이는 바래봉의 벌거벗은 슬픈 모습과 대조적으로 화려한 연분홍색이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천왕봉까지 갈 수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이렇게 능선길을 따라 부운치까지 간다.

 

바래봉 삼거리에 있는 철쭉 군락지에서 빙 둘러본 모습이다.. 바람의 세기가 역시 지리산답다.

 

팔랑치의 철쭉이 보인다.. 그 뒤로 보이는 곳은 부운치다.

 

팔랑치의 철쭉이다..온 산이 붉게 물들어 있어야 하는데 꽃이 많이 시들고 떨어졌다.

며칠사이로 이렇게 붉은 기운이 사라지는 것은 날씨가 최근 많이 더워서 인것 같다. 간밤에 비도 내리고 ...만개했을 때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온 산이 불타오르는 철쭉꽃의 향연...불놀이..처음 보지만 상상이 가지 않는가?

 

팔랑치로 가는 길목엔 이렇게 철쭉들이 산등성이에도 피어나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바래봉에서 1.5km를 왔다. 여기서 4km를 더가면 세걸산이고 8km를 더가면 정령치다.

 

팔랑치의 철쭉군락지는 아직 만개해 있다. 진분홍색 철쭉의 자태에 흠뻑 취해본다. 나만 취한 것이 아니다..여기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취해서 이렇게 사진으로 나마 남기고 싶어한다.

 

팔랑치의 철쭉터널 속으로 들어가 본다.

 

팔랑치의 철쭉군락지를 통과하는 나무계단이다..

이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좌,우로 온통 피어있었을 붉은 철쭉들을 볼 수가 없어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 있어 나를 반기는 철쭉들을 향한 나의 구애를 지금부터 펼쳐보기로 한다. 말이 필요없는 그냥 감상 그 자체가 아름답다.

 

팔랑치의 철쭉..

 

팔랑치의 철쭉..

 

팔랑치의 철쭉을 또 영상으로 안 남길 수가 없다.

 

팔랑치의 철쭉사이로 솟구친 곳은 바래봉이다.

 

팔랑치의 능선길을 따라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고 있는 철쭉꽃... 산 아래에서 부터 불타 올랐을 광경에 잠시 멍해진다.

 

팔랑치의 철쭉을 감상하는 중에 수 많은 사진작가들이 열심히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그들의 장비는 장난이 아니다.

삼각대 자체가 방송용 카메라를 놓은 수준으로 크다..그 정도 되야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그 사진 작가님이 날 찍어줬다.

 

팔랑치의 철쭉과 고사목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이미 생명을 잃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사목옆에서 화사한 진분홍의 철쭉도 마지막

꽃망울을 부등켜 안고 내년 이때쯤을 기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팔랑치의 철쭉능선을 따라 부운치까지 간다.

 

팔랑치의 철쭉...이정도면 진분홍이 아니라 빨간색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팔랑치에서 바라본 운봉읍이다. 그 옆으로 난 산덕마을로 내려가는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팔랑치의 철쭉터널을 다른 곳에서 또 들여다 본다.

 

팔랑치의 장관을 이루고 있는 철쭉터널길..어른 키를 훌쩍 뛰어넘는 철쭉들로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이 여러군데다.

 

팔랑치와 부운치 사이에 있는 하산길..

 

시원한 소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 사이 골짜기를 휘감고 도는 세찬 바람에 금새 땀이 식는다.

점심을 먹으면서 산덕마을쪽에서 올라오는 이 들이 있기에 물어봤더니 별로 감흥이 없다 한다..그래서 부랴부랴 하산코스를

다시 생각한다. 오던 길을 되짚어 가기로 결정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다..바래봉쪽으로 가면서 보는 철쭉은 또 다른 색감일 것이다. 용산주차장쪽의 허브단지에도 들러보자..그리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팔랑치의 철쭉은 이렇게 연분홍, 진분홍색이 섞여 있으며 꽃은 그다지 크지 않다.

자기들끼리 서로 더 이쁘다고 가는 님들 붙잡고 난리다..바람에 살랑거리는 통에 애간장을 태운다.

 

팔랑치의 철쭉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분홍색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놀리는 모양같다..

하기사 하늘 아래 이보다 더 멋진 여인이 있겠는가..하얀 속살을 살짝 내비치고 유혹하는 천상의 여인을 보는 것 같다.

그녀의 빼어난 자태에 푹 빠져버린 난.. 내려갈 줄 모르고 이렇게 철쭉꽃과 사랑 장난을 계속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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