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화순 여행) 사계절 아름다운 화순 둔동마을 숲정이

2016. 8. 16. 06:00전라남도 견문록/화순 견문록


그림 같은 반영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 숲은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 숲정이'.

 

'숲정이'란 마을 농촌 마을의 배후 산지 비탈면에 육림(育林) 되는 전통문화적인 숲을 말하는데,

주로 상수리나무, 소나무, 왕대 등이 대표적이며 예로부터 전국 각지에 이런 숲정이가 존재했다.

 

마을 주민들은 숲정이를 수시로 드나들며 버섯, 산나물, 약초, 목재, 땔감 등을 얻었는데,

잦은 외세의 침입으로 궁핍했던 시절 숲정이는  주민들의 피난처였고 상수리나무는 비상식량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상수리나무 숲정이는

일제 강점기 이후 리기다소나무와 아카시아 등으로 변질하였고

숲정이가 갖는 전통성과 문화가 많이 훼손되었다.


그럼 둔동마을 숲정이는 어떤 모습일까?








822번 지방도로를 따라 나란히 흐르는 동복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다란 숲과 오래된 다리가 보이는데,

숲이 우거져 마을이 바깥에서 잘 안 보일 정도로 우거졌다.

 

 








전설에 의하면 둔동마을 뒷산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풍수지리설로 동복천 넘어 구암마을에서

그 바위가 보이면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친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에 처음으로 정착한 만석꾼이 뒷산의 큰 바위를 가리기 위해

마을주민과 함께 강변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둔동마을 숲정이는 풍수적인 비보림(裨補林)이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담양 관방제림처럼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한 인공 조림수이다.

 

둔동마을에 숲정이가 생긴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60여 년 전인 1550년경 마을이 형성되면서다.

동복천의 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자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둑을 쌓았으며

900여 미터의 둑길이 홍수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200여 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다.


 






동복천의 상류인 동복호에는 조선 10경으로 유명한 적벽동천(赤壁洞天)이 있는데,

둔동마을 숲정이도 적벽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아름답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적벽의 장관에 빠져 세 번이나 적벽을 찾았으며

말년에는 건너편 구암마을 압해 정 씨 종갓집에 머물며 적벽의 풍광을 시로 노래했고

생의 마지막도 이곳에서 마감했는데,

김삿갓이 둔동마을 숲정이를 눈여겨 봤다면 여기에도 시를 남겼을 것 같다.











연둔리 둔동마을 숲은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공동주최한

2002년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 공존상인 우수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숲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큰 행사였다.

 

화순군과 마을 주민들은 커다란 자부심과 함께 둔동마을 숲정이를

오랫동안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화순군 향토 문화유산 제12호 지정, 2006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237호 지정 등

구체적인 성과와 함께 지금도 국지적으로 나무를 심고 있으며

안전 울타리를 만들고 김삿갓 시비를 세우는 등

김삿갓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에 주력하고 있다.







4년 전 방문 당시에는 없었던 시비가 곳곳에 생겼다.

화전놀이라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비다.


전라도 지방에는 예로부터 진달래 꽃잎을 전에 부쳐 즐겨 먹었다.

매년 석가탄신일 화순 이서적벽에서는

농민들이 사물놀이를 즐기고 절벽 위 낙화대에서 풀섶에 불을 붙여 강으로 날리는 낙화놀이가 유행했는데,

이 광경을 보려고 동복면, 북면은 물론 담양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와

강변에 천막을 치고 구경하면서 먹은 것이 바로 화전과 물고기 어죽이었다.

아마도 김삿갓은 그런 풍경을 보고 화전놀이라는 시를 지었나 보다



화전놀이

 

작은 시냇가에 솥뚜껑을 걸어 놓고


흰 가루와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꽃 전을 부치네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니 꽃향기가 입속에 가득하고


한 해의 봄기운이 뱃속으로 전해 오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난간에 울타리도 쳤다.










숲 속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새로 건설된 다리를 본다.

비록 옛 다리가 오래돼 차량은 건널 수 없지만, 운치만큼은 옛 다리가 훨씬 낫다.









멀리 옛 다리가 보인다.

강가 둔치에는 코스모스를 심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에 취한 나들이객으로 둔동마을은 또 다른 변신을 한다.








이제 숲길을 걸어본다.

왕버들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검팽나무, 상수리나무, 뽕나무 등

수백 그루 나무가 동복천을 따라 900m 늘어서 있다.





절반가량은 100살 이하 나무이고 나머지는 가슴둘레 직경 100cm 이상으로

마을 역사와 같은 400~500살 나무라고 한다.

 

천변에는 마삭줄, 왕쥐똥나무, 거북꼬리풀, 조릿대 등이 서식하며,

물고기도 많아 낚시꾼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둔동마을 숲정이에는 모두 227그루의 나무가 있다.

조사에 의하면 50살 전후 수종이 72그루, 100~200살 된 수종이 45그루가 있으며

나머지는 가슴둘레 직경이 100cm이상인 400~500살 나무라고 한다.








물 위로 가느다랗게 쫑긋 떠오른 꽃이 보인다.

왜개연꽃인데, 8~9월 노란색 꽃을 피운다.







물레방아, 연자방아, 디딜방아, 쌀을 고르던 정미기 등

화순군에서 방앗간의 여러 모습을 전시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교과서에만 보던 민속자료로,

숲도 보고 조상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500살쯤 되어 보이는 왕버들이다.

버드나무 종류 가운데 가장 크고 수형도 우람하다.

물 흐름이 원만한 곳에 무리 지어 심으면 둑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둔동마을 숲정이는 썩은 나무가 생겨도 베어낼 수 없도록 마을 규약을 만들어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한때 숲정이가 없어질 뻔한 적도 있다는 말도 있다.

 

19481019일 발생한 여수·순천 사건 때

국군이 인근 모후산에서 내려오는 빨치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숲을 훼손하려 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숲이 보존되었다고 한다.

500년 풍상을 마을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숲정이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


















물살이 고요한 것은 천 아래 보가 있기 때문인데,

이곳은 여름이면 피서지로 변한다.

물이 맑아 바닥까지 훤하게 보이는 곳에서

아이들의 자맥질이 요란스럽다.





한편에선 다슬기도 잡고


 




건너편 구암마을은 김삿갓 종명지다.

이 마을은 훗날 김삿갓 행적을 따라가면서 살펴볼 예정이다.









과거 웨딩스튜디어였지만,

지금은 폐가로 변해 버렸다.






숲속을 거닐며 힐링을 즐기다

흉칙한 폐가로 변한 웨딩스튜디오를 본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둔동마을 숲정이는 동복천의 맑은 물과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으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바깥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웨딩포토를 찍기 위해 둔동마을 숲정이를 찾는 신혼부부도 많은데,

여름철이다 보니 피서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마을과 함께 소중하게 자란 숲정이를 지키는 것은 마을 주민들만의 일이 아니다.

숲길을 걸으며 힐링을 하고 숲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자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지켜야 할 의무인 것이다.

우리 후손까지 이 길을 걸으며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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