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 전 찾은 담양병풍산 투구봉.

2017. 10. 17. 06:00전라남도 견문록/담양 견문록


초여름에 다녀온 담양 병풍산.

6월 중순경 옆지기와 함께 지리산 2박3일 종주 후 무릎이 안 좋아 병원에서 MRI를 찍었더니 반월상연골파열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8월 1일 수술 후 4주 입원하며 재활까지 마쳤는데, 평지는 정상 보행은 가능하나 아직 계단 내려가기나 산을 타기는 언감생심이다.

산을 보면 마구 오르고 싶고, 길이 있으면 마구 뛰고 싶은데 무릎이 따라주지 않으니 속이 많이 상하지만, 지난 5월에 옆지기와 함께 다녀온 병풍산 투구봉 나들이로 마음을 달래본다.



캐논 EF 16-35mm F2.8L II USM 렌즈 하나 달랑 끼고 오른다.

산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엔 최고라는데 도로부터 시원스럽게 찍힌다.

 




담양과 장성의 경계인 한재에서 병풍산 정상까지는 왕복 4.6KM로 두어시간 남짓 걸리지만,

오늘 오를 곳은 투구봉으로 왕복 3.2KM밖에 되지 않는다.

대략 1시간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지만, 쉬엄쉬엄 오르기로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쯔쯔가무시증 예방을 위한 기피제를 뿌리고 출발.

진드기는 성묘가 몰리는 10월에 폭증한다는데 다행이 우리는 5월에 다녀온지라 걱정은 조금 덜었다.



병풍산 투구봉은 750M로 정상 822M에 비해 낮지만 바로 옆 장성 불태산의 720M에 비하면 30M나 높다.

당연히 오름길도 빡세다.

지리산 등정을 앞두고 체력 훈련 차 매주 병풍산 둘레길을 걸었지만, 투구봉은 거기에 비하면 에베레스트급이다.




하지만 쉬엄쉬엄 가기로 했으니 여기저기 마구 헤찰을 해댄다.

아이들을 상대로 숲해설을 해 주는 옆지기 왈...나무가 병들었다고 한다.

우리 눈에는 그저 그런 나무로 보이지만...




지천에 고사리 천국.





중간중간 쉬어가라고 나무벤치도 몇군데 있다.




절반 가량 왔지만, 저질 체력이 발길을 늦춘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지리산 종주를 하나?




또 쉬어가고...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 다친다.

지금보니 마치 지리산 종주 중 만난 길처럼 느껴진다.



 

한번 더 쉬려고 했으나 벤치를 전세낸 분들이 있어 패스.




힘들여 오른덕에 이제 투구봉 근처까지 왔다.




이곳에 이정표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버린다.

투구봉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등로가 있지만 길이 희미하고 병풍산으로 빠지는 길은 시원스럽게 뚫려 그런가 보다.




투구봉에서 바라본 장성방향.

좌측 봉우리는 병장산이라고 하는데 불태산 능주봉이라고도 한다.





좌측으로 불태산 굳센 암봉이 광주를 향해 뿔을 세우고 있다.

산아래 전차부대에서 허구헌날 포사격을 해대서 그런가?




멀리 무등산도 보이고...

가까이는 좌측으로 삼인산도 보이는 곳.




투구봉 표지석은 작고 앙증맞다.

누가 이렇게 예쁜 표지석을 해 놨을까?




투구봉은 지금 풍화작용이 한창 진행중이다.

무등산 입석대가 그러하듯, 투구봉도 일종의 주상절리대다.

약한 바위 틈새로 빗물이 들어가 팽창하고 갈라지고 그러기를 수천년.

산아래로는 숱한 너덜겅이 증명하고 있다.





7년전 병풍지맥을 따라 끝까지 가보기로 하고 달려갔던 곳.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른 병풍산이지만 오늘은 참기로 한다.





역시 16mm로 바라본 풍경은 예사롭지가 않다.

24mm로 봤다면 아마 위 사진 좌우로 2cm씩은 잘아야 했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거금을 들여 장만해 한동안 궁시렁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사진만 보면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도 산에 오르면 16-35 하나만 가지고 간다.




투구봉과 병풍산 사이 안부에서 만남재로 하산해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대략 3.5km정도 걸리는 코스다.

물론 만남재에서 주차장까지는 임도로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급경사로 만남재로 떨어지는 계곡.




인근에 옹구샘도 있지만, 200m는 더 나녀와야 하기에 오늘은 패스.




산딸기를 한웅쿰 집어 든 옆지기님.

드시려고?




산따릭 한떨기씩 입에 물고 가는 옆지기님.

오늘 간식도 안 챙겨 왔는데 이걸로 허기를 때운다.




만남재

담양사람과 장성사람이 만나는 곳.

여기서 청소년 수련관으로 하산해도 되고 삼인산을 거쳐 하산해도 되고..




편백숲도 보고...






느릿느릿 걸었지만,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빡세게 체력단련한 하루였다.

한재엔 간이 음식점이 두곳 있다.

국수류와 막걸리 등을 판다. 간단하게 끼니는 해결할 수 있는 곳.


무릎이 언제나 정상을 찾을까?

아픈 뒤로 더욱 그리워지는 산들이다.

젊었을 적 멋모르고 산을 내달리던 날들이 지금은 후회스럽다.

그래도 무릎 하나는 건사해 자그마한 동산이라도 오를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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