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맞은 목포 유달산의 봄

2018. 4. 26. 06:00전라남도 견문록/목포 견문록


친구들 산악회의 4월 산행지는 목포 유달산이다.

유달산은 전남 목포시의 상징으로 산세가 험하고 기암괴석이 많아 금강산의 겨울 이름인 호남의 개골(皆骨)산이라고도 부른다.

높이 228m로 야트막하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암반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개골산이란 별칭답게 멀리서 보면 정말 작은 금강산처럼 보인다.


유달산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적은 병사로 수많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노적봉에 볏짚을 쌓아 왜군으로 하여금 엄청난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오인하게 해 도망가게 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산행 당일인 4월 8일은 노적봉을 중심으로 이순신 수군 문화축제가 열렸다.

이순신 장군과 목포와의 인연은 정유재란 당시 목포 바로 앞에 있는 고하도에서 이순신 장군이 106일 동안 머물며 조선 수군의 재건을 꾀했다는데, 지금 그곳은 해군 제 3함대 사령부가 주둔해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고 있다.




오늘 유달산 산행코스는 노적봉에서 시작해 오포대~천자총통~유선각~관운각~일등바위~소요정~이등바위~삼등바위~어민동산으로 이어지는 2.4km 코스로 마당바위에서 일등바위를 거쳐 소요정, 이등바위로 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초행인 유달산 산행에서 사전 정보없이 따라 나선게 화근이 돼 정작 정상인 일등바위는 오르지도 못했다.

대신 꿩대신 봉황이라고 친구들은 보지 못한 유달산 마애불의 은은한 미소를 봐 정상정복보다 더 나은 산행이 되었다.




수군 문화축제로 인해 차량을 통제해 상당한 오르막을 걸어 노적봉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등산이 시작되는데, 노적봉은 도로로 끊겨 독립된 곳에 있기에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산봉우리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임진왜란 당시 이 노적봉을 볏짚을 만들어 덮었는데, 정말 먼 발치에서 보면 영락없는 쌀더미로 보인다.

노적봉은 옆으로 누워있는 얼굴 형상이기도 해 유달산 큰 바위 얼굴이라고도 부른다.




목포시민은 물론 목포를 찾은 많은 관광객도 유달산은 빼놓지 않은 관광코스로 봄이면 유달산을 노랗게 덮어버린 광경은 유달산 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등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친구들 모두 복장 단디하고 출발한다.




봄바랑 살랑이는 유달산 겹동백꽃을 보며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여기저기서 인증사진 찍자고 난리다.





분홍색 작약꽃 같은 꽃은 동백꽃인데 지금까지 동백꽃은 붉은색만 있는 줄 알았더니 흰색도 있고 분홍색도 있었다.

순백이거나 핏빛으로 처연한 빨간 동백꽃은 홑동맥이라는 우리나라 동백꽃으로, 고창 선운사나 강진 백련사 등에서 자생한다.

겹동백은 원예로 개량한 것으로 꽃잎이 한꺼풀 더 많아 겹동맥인데 추위에 약해 위 지방 사람들은 보지 못한 꽃이다.




꽃보다 더 예쁜 친구들. 꽃 하트에 수줍음은 옛날로 돌아간 듯 하다. 




유달산에는 산과 나무,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대포도 있다.

지금 보는 것은 오포(午砲)로 전국 여러곳에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원래 1시간의 시차가 있었는데, 1908년 4월 1일 일본 통감부가 일방적으로 한국시간 오전 11시에 정오 12시에 맞춰 정오로 정하고 포를 쏘아 알린 아픈 역사를 간직한 대포이다.


포에는 비문이 적혀있는데, 1669년(현종 10년)에 제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1회 발사에 화약 30량이 소모되었다고 하며, 현재는 지방문화재 제138호로 관리되고 있다.






목포 유달산이 목포의 상징이라면 '목포의 눈물'이란 노래는 목포를 한마디로 압축한 대중가요다.

목포 출신 문일석 작사가와 역시 목포 출신인 손목인 작곡가의 '목포의 눈물'은 1935년 조선일보에서 향토노래 현상모집으로 당선되었고 거기에 곡을 붙여 그해 9월에 당시 19세였던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이 불렀는데, 이듬해 일본에서도 음반이 발매돼 일본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노래비 주변에서는 이난영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을 들을 수 있는데, 가수, 작사가, 작곡가가 모두 목포 출신이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고 그 덕분에 대중가요로는 최초로 1969년 노래비가 유달산에 세워졌다.




분홍색 겹동백과 빨간색 겹동백이 잘 어우러진다.





천자총통이 있는 달선각에서 본 목포항 부근이다.

목포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유달산이지만, 나는 태어나서 오늘 처음 오른다. 그동안 뭐 했는지...






천자총통.

문화재 자료 제138호인데, 1555년에 만들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매주 토, 일요일과 공휴일, 축제 기간 등에는 정오에 천자총통 발포 체험도 한다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그 광경은 보지 못했다.






볼거리가 유난히 많은 유달산.

여기저기 붙은 바위 이름을 보다 보니 금세 일등바위 앞 마당바위까지 왔다.

멀리 보이는 것은 이등바위인데, 일등바위는 해발 228m 유달산 정상봉으로 예로부터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뒤 이등바위로 옮겨져 대기하다 극락세계로 가게 되면 3마리 학이나 고하도 용머리의 용에 실려 떠나고, 용궁으로 가게 되면 거북섬으로 가 거북이 등에 실려 떠난다는 전설이 유달산에 있다.



일등봉 암벽엔 일제 강점기 일본 불교 진언종(眞言宗)의 개조인 홍법대사의 수호신인 부동명왕과 홍법대사가 새겨져 있다.

1920년대 말 일본인들이 일본 불교의 부흥을 위해 목포로 몰려와 유달산에 88개에 이르는 홍법대사상과 부동명왕상을 새겼다는데, 현재 유달산 일등바위에만 남았다고 한다.




계속해서 일등바위를 잘 찾아가고 있는데 정상방향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일등바위에서 이등바위로 가는 길이 없다고 내려온다. 산악회장에게 전화했더니 역시 이등바위로 가는 길이 없다고 다시 되돌아 내려간다고 해서 굳이 되돌아 올거라면 무릎상태도 안 좋기에 오르지 않고 우회하기로 했다.

일등바위 쪽이 비탈진 계단을 쭉 올라야 한다면 관운각에서 소요정과 이등바위 방향은 동백 숲 사이를 걷는 한적한 오솔길로 이때까지만 해도 이등바위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만난 유달산 마애불.

관운각과 소요정 딱 중간 정도에 있는데, 높이 3m70cm에 너비가 1m60cm나 되는 거대한 마애불이다.

은은한 미소에 구슬을 들고 있는데, 관련 기록이 없어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단다.

일등봉 아래 일본 불교 조각상에 비해 얼마나 한국적인지 단번에 알 수가 있다.

이쪽으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비록 일등봉 정상은 밟지 못했지만...



소요정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이등바위를 향해 오른다.





이등바위에서 소요정과 일등바위를 바라본다.

일등바위에서 심판을 받은 영혼이 대기하는 바위라는데, 유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이등바위에서 즐거운 시간들...





이등바위를 지나면 삼등바위인데, 여기서 목포해양대학교가 보이는 어민 동산 방향으로 하산한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삼등바위로, 유달산에는 여기저기 수많은 바위에 이름이 붙어있다.

유달산 바위 지도를 하나 만들어도 될 분량이던데, 조금 있다 보여줄 바위는 아무런 이름이 붙어있지 않아 작명을 고민해 본다.




바로 이 바위로 아무리 둘러봐도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이 서로 꼭 껴 안고 앉아있는 형상인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장수바위'라고 부른다.

높이는 480cm, 너비가 250cm로 민속문화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조자용 박사가 장수바위라고 명명했다는데, 왼쪽은 여자이고 오른쪽은 남자 형상으로 서로 어깨를 기대고 두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해 마치 바위를 조각해 놓은 모습으로 이 바위를 찾으려면 어민 동산에서 삼등바위로 오르면 된다.




어민 동산으로 하산했다.

어민들의 풍어만선을 기원하는 어민상과 목포 출신 김지하 시인의 '바다'가 새겨진 시비가 있어 목포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지다.




오늘 유달산을 오르면서 본 봄꽃들이다.

유달산 벚꽃, 개나리, 진달래, 홑동백, 겹동백, 박대기 나무, 복사꽃, 개복숭아 등이 아름답게 피었는데,  4월 초순에 찾은 유달산은 매우 아름다웠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수군 문화축제, 봄꽃 축제가 열리는데, 꼭 봄이 아니더라도 도심에 위치했으며 어디서 출발하든 2.5km 정도 되기에  맘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역사와 문화를 느껴보고 명물 바위들을 찾아본다면 꽤 유익한 산행이 될 듯하다.




(글 : 포토뉴스코리아 sim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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