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천태산에 울려퍼진 산상의 작은 음악회

2012. 8. 23. 01:00전라남도 견문록/강진 견문록

 

동창회 산악회의 8월 정기산행은 강진 천태산(549m)이다.

천태산 정수사에 전해져 오는 <정수사 여지승람>의 이웃하는 산세를 설명하는 계국(界局)편에 도선국사(道詵國師827-898)가

'이른바 구강포(九江浦) 30리쯤에 명산(名山)이 있다'고 한 산이 바로 이곳 천태산 (천개산天盖山)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한다.
강진만을 중심으로 동쪽에 주작산, 서쪽에 천태산이란 명산을 낀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라고 할 만큼 빼어난 문화유산이 많다.

다산초당, 무위사, 정수사, 백련사, 영랑생가, 청자박물관,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 등 과 각종축제가 넘쳐나는 곳, 강진.

 

폭염도 잠시 쉬어간 늦장마로 인해 35도를 웃돌던 날씨도 잠시 소강상태지만 대신 대기중의 습도가 높아 마치사우나실에 있는 것

같은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8월 세째주 일요일.

이럴땐 그저 깊은 산, 깊은 계곡으로 숨어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면 느끼는 한기처럼 뼈속까지 스미는 얼음물에 발 담그고 몸 담그고,

수박 참외 숭숭 썰어 슬래시된 맥주랑 함께 마시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피서일 것이다.

그래서 작년 정기총회때 계곡 산행으로 잡은 곳이 바로 강진 천태산과 그 계곡이다.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산행은 정수사 입구에서 출발하여 천태봉에 올라 송대로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4.13km의 산행길로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단순한 산행지이다. 그러나 여름철 폭염속 산행이기에 적절한 휴식과 친구들과의 시도때도 없는

이야기꽃으로 인해 넉넉하게 3시간이 걸린 산행이 되었다.

하지만 여름철을 피하면 2시간이면 보통체력의 산행인들도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다.

 

20명의 친구들이 참석했으나 정작 산 정상을 밟은 사람은 13명이며 나머지 7명은 얼음골로 유명한 적암골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고

하니 그들의 행적은 하산하여 추적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짧은 계곡산행에 점심을 닭백숙으로 먹은다고 하니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대다수 친구들이 허기에 기진맥진하여 짧지만

아주 강렬한 고난의 산행이 되고 말았으니...ㅎㅎ

 

 

정수사 입구 좌측에 있는 산행안내도를 따라 계곡길로 올라서면 들머리가 나온다.

한 때 호남의 대가람이었던 정수사는 별도 포스팅 예정이지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정수사는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창건 당시에는 천개산(天蓋山) 계곡을 중심으로 양쪽 언덕에 묘적사(妙寂寺)와

쌍계사(雙鷄寺)의 두 사찰을 건립하여 묘적사에는 천불상을 봉안하였다.그후 쌍계사는 수정사(水淨寺)로 이름을 바꾸었다. 

정수사는 임진왜란 당시 격전지로 주변은 고려청자 도요지로 알려져 있다. 한 때는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었으나, 현재는 모두

없어지고 대웅전과 요사채 그리고 응진당 등의 몇 몇 건물만 남았지만 최근 대대적인 불사로 다시 옛 영화를 찾아가고 있다.

 

한동안 폐허가 되어 있던 것을 조선중기 성운(性雲)스님이 중건하면서 정수사로 사명을 바꾸었으며 이후 몇 차례의 중수를 거쳤으며

조선말까지 만해도 강진 지역의 사암을 관장하는 수사찰 이었다.

 

정수사 산문 밖은 임진왜란의 격전지로 유주무주 영가들의 나라사랑에 대한 영혼이 항상 머무는 곳으로 강진은 고려청자가 만들어진

도요지가 있어 청자를 만든 도공들의 기도처이자 정신적 귀의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여 매년 고려청자문화축제때 무명도공들의

추모기원제가 정수사에서 열린다고 한다. 

 

 

천태봉까지 1.7km라는 이정표 만으로도 산의 정상까지는 에게게^^ 그리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1:15)이렇게 출발은 모두 계곡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지만, 뒤이어 급격이 편이 갈라지면서 두 팀으로 나눠진다.

 

 

토요일 저녁에 술깨나 먹은 친구들은 모두 계곡 산행으로 빠진 것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고..ㅋㅋ

 

 

술 안 먹은 친구들은 이렇게 1.7km밖에 안되는 천태산 정상으로 오름은 고난의 시작이었으니..ㅎㅎ

 

 

(11:47) 680m 올라오는데 30분이나 걸렸으며..ㅋㅋ

선두조로 내빼버린 산악회 회장과 남부회장, 여부회장 등 3사람은 꼬랑지도 안 보이고.

후미조로 떨어진 10명의 친구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배낭속을 탈탈 털어 몽땅 다 뱃속으로 소진시켰지만,

천태산 정상까지는 아직도 1050m나 남았다. 출발부터 거의 45도나 되는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다.

 

 

곳곳엔 운지버섯이 장관이고..

 

 

가다 쉬다를 하염없이 반복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간다..

 

 

맨 후미에 처질 정도로 산행속도가 느린 것은 이런 자연과의 대화도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12:45)1시간 30분 만에 천태산 정상에 올라섰다.

정수사 입구에서 천태산 정상까지 1.7km이니 시간당 1.1km로 느림의 미학이 있는 길이 되어 버렸다.

발아래 바로 보이는 곳은 장흥군 대덕읍 너른 들판. 그리고 장흥만까지 거침없는 조망은 가슴속 뻥 뚫린 바람 터널로

오장육부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이 광경을 보기위해 산을 오를까?

 

 

 

장흥 천관산은 10월 천관산 억새제 때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

천태산에서 천관산까지는 등산로는 없다고 되어있지만 그 길은

사자지맥으로 호남정맥길이 제암산에서 일림산쪽으로 흐르다

사자산에서 떨어져 나간 지맥이 사자지맥길이다.

 

조석필이 지은 <산경표를 위하여>에서 탐진기맥으로 부르던 것을

2003년 7월 이종환이란 사람이 장흥 옹암마을 서남쪽 바닷가에서

출발하여 오성산 - 공성산 - 부곡산 - 천태산 - 앙암봉 - 부용산 -

괴바위산 - 광춘산 - 억불산 -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지맥길 답사를

마친다음 사자지맥으로 확정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오늘 오른 천태산은 사자지맥의 주요봉우리로 부용산(611m)

에 이은 2봉에 해당된다.

 

지난 6월 제암산 일림산 산행때 다 저버린 철쭉의 마지막 향연을

일림산에서 불태워버린 기억이 생생하다.

일림산으로 오며 사자산을 바라보고 어느것이 엉덩이인지, 머리인지

구분이 안 갔지만 그곳이 사자지맥의 출발점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알고보니 사자산의 위엄있는 자태가 머리속에서 꿈틀거리며

솟아난다.

 

 

 

 

 

오늘 정상을 오른 자..천태산 산신령이 주신 복 허버 많이 받았을 겨~

 

 

 

여학생들만 모아놓고..

고향땅 뒷산에 오른다고 하루종일 싱글벙글한 친구는 50평생 처음으로 천태산에 올랐다고..ㅎㅎ

하지만 광주에 사는 사람들도 무등산 서석대까지 올라보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라던데..머 이정도야 약과지~

 

 

장흥만의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며 시심이 동한 친구들

 

 

                강진 금릉산악회에서 만든 천태산 정상석.

                천개산 천태봉이라 쓰여있다.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정상석을 세워 준 강진 금릉산악회에 감사의 말도 잊지 않는다.

 

 

여기서 하산길은 우측 송대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발아래 정수사 오른편으로 올라 왔기에 이제 좌측 임도로 내려서서 정수사쪽으로 가면 된다.

지금 보이는 곳은 강진만, 그 너머 왼편으로 주작산과  멀리 월출산까지 조망에 거침이 없다.

 

 

(13:05)약20여분간 정상에 머물다 송대로 내려서는 길은 인적이 뜸하다 보니 길의 흔적이 뚜렷하지가 않다.

선두에서 몇 번에 걸쳐 길이 끊어졌다는 속보가 뒤로 날라오지만, 맨 뒤에 처져있는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다..

길이 안 보이면 무조건 우측으로 길을 찾아보라는 수밖에..ㅎㅎ

 

 

                누군가 개념머리 없이 굴참나무 한 가지를 저렇게 깎아 놓았는지..참내~~~

                아니면 정말 자연의 조화인지..어찌 알고 밧들어 총을 하고 있을까?.ㅋㅋ

 

 

길은 하염없이 밑으로 거꾸러 지고 임도는 안나오고..

이곳 송대는 해발300m지점으로 앞으로 가야할 길이 1.5km임에 모두들 입을 쩍 벌린다.

하지만 송대에서 300여m만 더 내려가면 걷기에 편한 상암 임도길이 나오므로 먼지들어가니 입을 다물도록 한다.

 

천태산은 정수사 뒤 들머리를 통해 올랐을 경우에는 빡세게 1.7km이고 정수사를 가로질러 임도로 오를때는

상암까지 1.2km는 편한 걸음으로, 상암에서 정상까지는 1.2km만 빡세게 올라가면 되니 체력에 맞게 편한 오름길로 올라가면 되겠다.

 

 

임도로 내려섰다.

우측 산책로로 가도 정수사 방향으로 감을 위 지도에서 알 수가 있다.

정수사 근처에서 정수사로 내려서는 길만 있다면 그쪽으로 가는 것이 조금 빠를 듯 하지만 확인은 안되었다.

정수사를 지나 상암을 거쳐 다시 정수사쪽으로 한 바퀴 빙돌아 오는 산책로와 정수사 뒤쪽 명주-항등간 임도길은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길인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 보니 명주-항등간 임도는 산악자전거길로

유명세를 보이는 길이다.

 

 

정수사 상암(上庵). 정수사는 한 때 강진군내 모든 사암의 수사찰(首寺刹)이었다고 한다.

그 말은 정수사가 사암을 관리통제하던 일제때까지는 강진에서 제일 큰 사찰이었다는 뜻도 되겠다.

천태산으로 오르는 바로 입구까지 1.2km에 이르는 용문지구 임도를 따라 오고가는 스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비친다.

 

 

임도는 1995년 정수사 아래 사방댐을 만들면서 총13.4km에 이르는 임도도 같이 만든것으로 보인다.

 

 

숲이 우거져 천태산은 바로 보이지 않지만 임도길은 잡초제거가 말끔히 되어있어 관리 하나는 끝내준다.

 

 

(14:05)정수사 도착.

오전 11시15분에 출발하여 정상까지 1.7km를 1시간30분만에 올라서더니, 오후 1시 5분에 하산을 시작하여

1시간 걸려 2.4km를 걸어왔다. 정상에서 20분간 소비한 시간과 더불어 오르면서 무척 많은 다리쉼을 한 관계로

보통체력의 성인이라면 2시간이면 널널하게 다녀올 산행거리라 하겠다.

즉,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고 간단한 간식과 식수를 챙겨 배낭을 가볍게 한 다음 정수사 뒤로 정상을 올라, 송대를 거쳐 임도길로

하산하여 정수사 입구 항골 산수산장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는 짧지만 강렬한 코스로 생각된다.

 

 

점심은  항골 산수산장에서..

 

 

 

산수산장은 정수사 바로 입구에 있기에 찾기도 쉽다.

옻닭과 토종오리, 장수통닭, 산돼지와 흑염소가 주메뉴이다.

 

예약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리가 넓지만, 단체인 경우

요리하는 시간때문에 산에 오르기 전에 주문을 하고 가면

내려오는 시간에 맞추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우리는 오리 주물럭과 닭백숙으로 산에 오르기 전에 주문하고

전화로 도착가능시간을 통보하여 탈진상태에서 산장에 들어가자 마자 허기진 배를 옴팡지게 채울 수 있었다.

 

인테리어는 머리위로 물이 지나가는 파이프를 연결하여

냉기가 위에서 부터 아래로 흐르게 하였으며, 그 파이프를 통해

시원한 물줄기가 계속 아래로 떨어져 폭염속이지만 실내는

시원하다.

자연의 에어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느끼게 해준다.

 

 

점심을 마치고 우리 산악회의 보물이자 해남땅의 유명인사 최철친구의 섹스폰 연주로 산상에서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최철친구는 사는 곳이 해남인지라 우리와 달리 개인 승용차편으로 천태산입구에서 합류하였다.\

음향기기를 항상 차에 싣고 다니는 3018의 보물 최철...오늘 천태산 입구 산상에서의 30분에 걸친 작은 음악회는 감미로운

색스폰 선율을 천태산에 선사해 아마도 그 어딘지 모를 고려청자 무명도공인들도 즐겁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친구 못하는것이 도대체 뭐야~~~..달리기 잘해~~, 만담 잘해 ㅋㅋ, 돈도 잘벌어..ㅎㅎ, 피아노, 섹스폰, 플릇 등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이다. 혹시 해남에서 최철 친구의 다분한 행사의 끼가 필요하신 분은 비밀 댓글을 남겨주시도록..ㅎㅎ

실제로 이 친구는 본업이 슈퍼마켓 경영이지만 부업은 바로 행사진행, 이것으로 해남을 평정했다면 믿겠지?..ㅋ

오늘 술 한잔 하고 행사도 아니지만 산상에서 부는 섹스폰에 뻑간 친구들과 다른 여행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느뇨?

 

 

(색스폰 연주 함 들어보고)

 

(3018대표가수의 노래도 들어보고)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늦었지만 이제 물을 찾아 계곡으로 간다.

칠양 - 항당간 임도를 따라 300여미터 올라가면 좌측으로 사방댐이 보이고 거기서 200여미터 더 올라가면

사진처럼 시멘트도로가 끊긴곳, 정수사에서 오다보면 좌측으로 산에서 구른 암반과 토사로 꽉 쌓여 사방댐으로의 기능을

잃어버린 또 다른 사방댐이 보이는데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이다.

 

 

이 곳은 산악회장이 한 달여전 천태산을 답사하면서 찾아낸 곳으로 적암골에서 제일 경치좋고 수량이 풍부한 곳이라 하겠다.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자그마한 소를 이룬 곳.

그 위로도 두어군데 자그만한 소가 있어 발품을 팔면 의외로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취사나 그릇 세척으로 수질을 오염시키는 행위는 금물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땀으로 얼룩진 몸뚱아리를 물에 풍덩넣는 것은 수질을 오염시키는 행위일까 아닐까?

뼈속까지 한기가 스며들 정도로 차가운 물은 아니지만 알탕후 옷을 갈아입고 500여미터를 다시 내려와도

후덥지근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어딘지 모르지만 이 계곡에 얼음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태산을 배경으로 오늘 참석한 친구들 단체사진 한 장 찍으니 세 사람이나 안 보인다.

이제 부지런 떨어 가우도 출렁다리를 보러 가야하는데 지금 시간이 오후 5시20분 이니 광주 도착하며 9시가 넘겠다.

그래도 짧은 거리의 산을 격렬하게 오른 다음, 몸 보신용 오리와 닯백숙으로 허기를 채우고 산상의 적막을 깨는 최철 친구의

섹스폰과 함께 한 작은연주회, 그리고 수박, 참외를 이고지고 다시 계곡으로 가서 물에 몸 담그고 뒷풀이를 또 했으니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는 모두 한방에 날려버렸을 것이다.

 

이제 친구들과 함께 강진의 새로운 명소 가우도 출렁다리로 간다.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