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문수사에서 별처럼 쏟아지는 애기단풍을 그리다.

2012. 11. 5. 07:35전라북도 견문록/고창 견문록

 

지난 주 일요일(21일) 순천 선암사와 낙안의 진산 금전산 금강암 그리고 납월홍매로 유명한 금둔사를 아내와 같이 다녀온 뒤

28일 두 번째 아내와 같이 떠나는 단풍여행 시리즈이다.

아마도 이 글이 나갈 때 쯤이면 남도땅 곳곳에도 단풍이 찾아와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겠지만, 3주연속 단풍은 나만 피해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이 가을 단풍찾아 주왕산을 다녀온 뒤 불현듯 찾아온 단풍사랑이 내 가슴속에 철철 흘러넘쳐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단풍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 돌아 다녀보기로 했다.

 

지난 주 까지 남도땅의 순천 선암사에는 단풍이 오질 않았다. 조계산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단풍은 왜 이리 나만 피해 다닐까?

청송 주왕산을 지난 13일에 다녀온 뒤 아직도 낯설은 단풍을 찾아 이번에는 남도를 넘어 전북으로 가 보기로 했다.

단풍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고창 문수사를 둘러보고 바로 옆 고창 선운사와 선운사 도솔암, 그리고 선운산 천마봉까지

단풍찾아 떠난 여행은 총 4편으로 나누어 연재할 예정으로 오늘은 그 첫 편인 고창 문수사로 단풍찾아 떠나보기로 한다.

 

1편 : 고창문수사에서 별처럼 쏟아지는 애기단풍을 그리다.

2편 : 사색과 여유로움이 녹아 든 선운사도솔암 가는 길.

3편 : 나도 모르게 아내 손을 잡고 올라간 선운산 천마봉.

4편 : 선운사 단풍 끄트머리에서.

 

 

고창 문수사는 지난 겨울 장성 축령산 산행때 문수사 이정표를

본 적이 있어 당시 지도를 문수사 나온 곳만 확대 해 보았다.

축령산 정상에서 들목재 방향으로 계속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정자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고창문수사가 나온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내려 들르지 못했지만 옛기억이 떠 올라

지난 글을 찾아 보았더니 의외로 축령산에서 가깝다는 사실..

 

그런데 축령산을 장성에서는 축령산이라 부르지만 고창에서는

문수산이라 부른다.

대동여지도에는 취령산(山)이라고도 표기되어 있다는데,

어떤 연유에서 취령산이 축령산으로 바뀌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으나 고창에서 축령산을 문수산이라 부르는 것은 

문수사 창건(644년)당시 신라의 고승 자장이 이곳에서 석굴을

파고 7일간 기도를 드리다  문수보살이 나오는 꿈을 꾸고

그곳을 파보니 문수보살입상이 나와 문수사라는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전해오는것에 의해 축령산을 문수산이라 부른다. 그러나 문수사 일주문 현판은 청량산 문수사라 되어 있어 또 궁금증이

도발한다.

오늘 문수사는 축령산에서 오르지 않고 광주에서 담양 고창간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남고창 IC로 빠져나와 고창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문수사 이정표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가기로 한다.

전북의 다른 유명한 단풍지인 정읍 내장사나 고창 선운사에 비해 문수사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다른 두 곳에 비해 주차장이 많이 협소하고 문수사에서 축령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문화재구역으로 입산통제되어

안내 산악회에서 즐겨 찾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차장이라고는 일주문 바로 옆에 승용차 20여대를 대면 차 빼기도 힘들게 보이는 곳 1개소와 단풍길따라 250여미터를 올라

가면 나오는 사찰입구 주차장 역시 승용차 15대 정도 대면 공간이 없고, 버스는 서너대 대면 주차장이 꽉 차버리는 관계로 문수사의

지리적 위치가 많은 단풍객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작다는 것이다.

 

 

문수사는 사찰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작은 절이다.

대웅전과 명부전, 문수전, 금륜전에 종각과 승방 만세루라 부르는 전각이 전부이다.

모든 사찰에서 보이는 산신각이나 삼성당은 아예 없다. 그러나 작은 사찰임에도 몇가지로 인해 꽤 유명한 절이다.

 

 

그 첫 째가 바로 일주문에서 문수사까지 가는 약250m 길이다.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단풍나무 숲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100년 부터 400년까지 추정되는 단풍나무

500여그루가 고로쇠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의 다른 노거수들과 혼재하고 있으며, 아교목층과

관목층에는 사람주나무, 산딸나무, 물푸레나무, 쪽동백, 쇠물푸레나무, 박쥐나무, 작살나무, 초피나무, 고추나무, 쥐똥나무 등이 나타

나고, 아울러 조릿대 군락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 제주도의 곳자왈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 숲의 단풍나무 크기는 직경 30~80㎝, 수고 10~15m정도이며, 특히 흉고둘레 2m 이상 2.96m에 이르는 단풍나무 노거수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으로 문화재 구역 120,065㎡ 에 퍼져있는 이 곳 단풍나무숲은 백제 의자왕 4년(644년)에 지은 문수사의

사찰림으로 보호되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풍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로써 가치가 있으며, 문수산의 산세와 잘 어우러져 가을철 많은 단풍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경관적인 가치 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가을의 끝무렵에는 단풍이 떨어져버린 무성한 낙엽길로 또 다시 유명한 문수사가 된다고 하니..

이 가을 단풍과 낙엽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단풍명소라 할 것이다.

 

 

이 길이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상상해 보면, 내장산 단풍터널이 부럽지 않을 것이며 백양사 단풍 역시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짧고 굵게 들어선 단풍숲으로 굳이 머나먼 길을 걷지 않아도 반경 300m범위내에서 단풍의 진면목을 한곳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단풍숲으로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즘찬하게도 우리가 갔던 10월28일에는 문수사에 단풍이 아직 오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단풍찾아 온 사람들 실망스럽지 않게 가지 끝무렵에 살짝 물든 모습을 보여주지만

숲 전체가 붉은 화염에 휩싸이려면 아직도 멀었다.

사찰 관계자의 말로는 11월 중순경은 되어야 절정에 이를것이라고 하니 그때 다시 찾아가 별처럼 쏟아지는

애기단풍의 멋진 모습들을 보기로 한다.

 

 

왠지 낯이익어 보이는 곳.

이 숲을 보고 마치 제주도 곶자왈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문수사의 단풍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기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지만

신비스러운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단풍나무의 유혹에 빠져 하늘만 쳐다보고 가다보면

진정 봐야할 숲을 보지 못하므로 꼭 이 길을 걸을때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도록 하자...

 

 

사찰관리사무소를 지나 문수사 바로 입구까지 오면 이렇게 넓은 공터가 나온다.

마치 삼국시대 거대한 성의 울타리를 보는 것 처럼 위압감을 받지만 가지를 아래로 떨군채 화사한 웃음을 선사하는

단풍 노거수로 인해 위압감은 사라지고 만다.

 

 

여기저기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지천에 널려있고..

 

 

족히 400살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단풍나무가 절반의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상상이 간다.

이 숲 전체가 단풍물로 붉게 물들은 모습이..

 

 

 

요즘들어 부쩍 나무와 교감을 나누는 아내는 오늘 제대로 요가필을 느낀다고 한다.

요가를 몇년 했다지만 바쁜 일상에 손 놓았던 것을 오늘 차분히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본다고...ㅎ

 

 

늘어진 가지끝에 매달린 수 많은 애기단풍잎들...

 

 

                어른 세 사람은 팔을 돌려야 한 바퀴를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노거수 단풍나무

 

 

 

           이렇게 매달려 보기도 하고..

 

 

누군가 쌓아 놓았을 돌탑에 자그마한 돌을 또 하나 올려 보기도 한다.

 

 

                 문수사로 들어가는 불이문

                 일주문을 들어서며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왔지만 죄송하게도 단풍나무들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

                 속세의 번뇌를 놓고 오지 못했다.

                 그러나 저 문을 들어서면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가므로 다시 마음을 정갈하게 바로 잡는다.

 

 

일주문에 이어 범종각에도 청량산문수사라고 쓰여있다.

문수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이다.

644년(백제 의자왕4년)에 신라의 자장이 문수사를 창건했다고 하는데 자장이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이곳을 지날 때

당나라에서 수행하였던 청량산과 같은 느낌을 받아 이곳 석굴에서 7일간 정성껏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아마 그런 연유에서 문수산 문수사 대신 청량산 문수사라고 불리는가 보다.

 

 

범종각이지만 범음각이라고 쓰여있고 팔작지붕이다.

 

 

만세루라 불리우는 강단에는 문수사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대웅전 옆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있어 고추와 마늘, 파 등을 심어 놓아 친근감이 든다.

일주일 전 들른 순천 금전산 금둔사도 역시 이렇게 텃밭이 있어 부식을 자급자족하더니...

 

 

대웅전은 참 독특하다.

대개의 사찰 대웅전은 팔작지붕으로 양 눈꼬리를 치켜 떠 한 껏 멋을 내고 있는데 반해

문수사의 대웅전은 아주 단순하지만 힘이 넘쳐 보이는 맞배지붕이다.

문수사에서의 모든 당우들은 맞배지붕양식인데 반해 범종각만 팔작지붕이어 왠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대웅전에는 석가여래와 좌우 협시불, 문수사 창건주인 자장율사의 진영이 봉안되어 있지만 방충망에 가려 잘 보이지가 않는다.

 

 

 

명부전도 역시 맞배지붕양식

 

 

지장보살이 모셔진 명부전

 

 

문수사는 특이한 금륜전이 있다.

하나의 전각에 응향각 금륜전 산신각이 같이 있어 삼성각이라고도 한다.

출입문도 세군데 있고 모시는 탱화도 다 틀리다.

 

 

대웅전 바로 뒤로 문수전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있어 올라가 본다.

보통 사찰에서는 대웅전 바로 뒤편에 그 어떤 당우도 세워 놓지 않는다.

가끔 적멸보궁이라 해서 부처님의 사리를 중요시 여기는 사찰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석탑을 바로 대웅전 뒤에

위치하게 하는 것을 보았지만 (지리산 법계사) 그것은 당우가 아닌 석탑이지만 고창 문수사는 문사전을 대웅전 바로 뒤에

있게 하여 문수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불상이 문수보살로 신라의 고승 자장이 당에서 귀국하여 신라로 돌아가다 중국에서 수행하던 청량산과 비슷한

문수산을 지나면서 이곳에서 석굴을 파고 7일간 기도를 드리는데  문수보살이 나오는 꿈을 꾸고 꿈에 나타난 곳을 파보니

문수보살입상이 나와 문수사라는 절을 세웠다는 창건설화에 나오는 문수보살이라고 한다. 

아주 서민적이고 후덕한 모습의 문수보살상을 보면서 그 어떤 치장이나 금색도 입히지 않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대웅전의 부처님 뒤에서 대웅전을  바라보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있는 모습도 상당히 특이하다.

그것은 문수보살이 쏫아나온 모습 그대로 그곳에 문수전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배를 드리는 공간이 따로 있어 마치 엊그제 간 선운사 도솔암의 참배지 같은 생각이 든다.

 

 

 

문수전 바로 옆 약수물에 낙수되는 물에서 파랑이 일고..

 

 

용지천은 문수보살의 지혜와 자장율사의 천년 기도 원력이 베어 있는 샘이라고 한다.

 

 

부도와 자장굴의 위치를 파악해 보았지만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단풍숲 안에 있어

찾아가 보지는 못했다. 부도전과 자장굴을 보려면 개인은 어렵고 단체명으로 된 공문을 사찰로 보내

주지스님의 허락을 받고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요사와 승방으로 쓰이는 요사채.

 

 

요사채와 금륜전 사이에는 한산전이 있었는데 2008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지나가거나 말거나, 쳐다보거나 말거나 눈 한 번 꿈쩍이지 않고 꿈속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있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견공들을 바라보며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범종각 옆길로 문수사를 빠져나온다.

 

 

 

이 가을 고창 문수사의 단풍은 아직 멀었다.

11월 중순은 되어야 이토록 아름다운 애기단풍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행여나 고창문수사로 늦단풍을 보러가실 분들은 11월 둘째주 부터 사찰로 전화해서 단풍의 절정시기를 물어보시기 바란다.

이제 고창문수사를 나와 선운사 도솔암을 가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고창문수사 ☎063-562-0502

 

아내와의 단풍여행 시리즈

1편 : 고창문수사에서 별처럼 쏟다지는 애기단풍을 그리다.

2편 : 사색과 여유로움 가득한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3편 : 만산홍엽을 이룬 선운사 벼경에 흠뻑 빠지다.

4편 : 선운사단풍의 끄트머리에서 가을을 보내다

 

     (글 : 포토뉴스 코리아 simpro) 트위터 ☞ http://twitter.com/huha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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